법안에 찬성표 던진 의원들 "거부권 무효화는 지지 안 해"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 국방수권법(NDAA)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통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하지만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미 상원은 11일(현지시간) 7400억달러 규모의 2021회계연도(2020년 10월 1일∼2021년 9월 30일) NDAA에 대한 표결을 실시, 8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반대는 13표였다.
앞서 미 하원도 지난 8일 표결에서 355대 78로 법안을 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에 담긴 내용 일부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표명해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의회의 거부권 무효화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은 효력이 발생한다. 이날 표결에서 찬성표가 3분의 2를 훌쩍 넘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어느 한쪽이 통과하길 원하는 모든 정책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많은 중요한 정책이 포함됐고 좋지 않은 발상이 많이 배제됐다”며 “꼭 통과시키도록 동료에게 투표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더힐은 “공화당 지도부가 이 법안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당 지도부 사이에 분열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 이름을 딴 미군기지와 군사시설 명칭을 바꾸는 내용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소셜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플랫폼 운영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한 통신품위법 230조의 폐지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지만, 의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독일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감축에 제동을 걸었다. 주독미군 병력을 현 수준인 3만4500명 이하로 줄일 경우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국방부 장관이 120일 전에 제출토록 했다. 주독미군을 2만4000명으로 줄이겠다던 입장에 의회가 사실상 선을 그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을 25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법안은 평가보고서 제출 등 역시 제동을 거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이 압도적 찬성을 받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표화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의원들이 많다고 더힐이 전했다. 법안에 찬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의회가 이를 무효로 하는 표결을 진행할 경우에는 이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지만, 거부권 무효화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피하기 위한 1주일 임시 지출 법안에 서명했다. 의회는 경기부양책 협상 시간을 벌게 됐다. 미 상원은 이날 임시지출 법안을 구두 만장일치로 이변 없이 통과시켰다. 만약 다음 기한인 18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임시 지출 법안을 또 처리하거나 셧다운이 불가피하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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