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지면서 '야권 단일 후보'를 기치로 내세웠다.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명분으로 야권주자들의 '빅텐트'를 세우자는 논리다.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야권 연대의 틀을 만들고, 2022년 대선정국까지 이어가자는 뜻으로도 읽힌다.
안 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안철수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 단일후보" 등을 거론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뿐 아니라 누구라도 만나서 연대와 협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당장 국민의힘 내에서도 호응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 야권 플랫폼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를 주도하는 김무성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권 쟁취를 위해서는 반문연대 후보단일화가 제일 중요한데, 1단계 결실을 보았다"며 "대권을 추구했던 안 대표가 큰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 시민과 국민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는 이야기에 강하게 공감한다. 야권은 뭉쳐야만 한다"라고 밝혔다.
의원들도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를 야권통합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윤영석), "반문연대, 야권연대로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황보승희) "문재인 정권에 대항한 빅텐트가 절실히 필요"(박수영)라며 '반문연대' 제안에 호응했다.
쟁점은 '야권 빅텐트'의 주도권이다. 자연스럽게 경선 스케줄과 맞물린 '빅텐트 타이밍'의 문제이기도 하다.
당장 안 대표와 국민의힘의 '밀당'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범야권 단일화 협상 또는 결선투표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
안 대표는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입당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103석)과 국민의당(3석)의 의석수 격차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석수 차이 등을 언급하며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하는 게 맞는다"라고 말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국민의힘 후보가 안 대표와 막판 단일화하는 '순차 경선' 방식은 야권단일화가 아닌 본인단일화"라며 '국민의힘과 통합경선(원샷경선)'을 제안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안철수, 금태섭, 국민의힘 모든 후보들이 뛰어드는 범야권 원샷 경선"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의 최종 결단이 주목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려면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과 자신의 명운을 건 김종인 위원장으로서는 '야권 승리'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명분도 포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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