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치킨 배달에 나섰던 50대 가장을 만취 상태에서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30대 여성 A씨가 법정에서 운전을 동승자가 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승자인 40대 후반 B씨 측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 심리로 2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는 “동승자가 운전하라고 시킨 사실 있느냐”는 B씨 변호인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오토바이 사망사고를 내기까지의 과정도 설명한 A씨는 “(호텔 8층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집에 가겠다고 하자 친구가 말리면서 싸움이 났다. 친구를 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려고 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동승자가 차 키와 휴대폰을 챙겨서 따라 내려왔다”고 했다.
또 A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B씨가 “(처음 술을 샀던) 편의점 앞까지만 가자” 해서 운전을 하게 됐으며, 편의점 앞에서는 잠시 멈췄더니 더 가라는 식으로 앞을 향해 손짓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검찰이 사고 당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처음 공개하자 이를 본 A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영상에는 A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이 편의점을 지나 우회전한 뒤 곧바로 중앙선을 넘는 장면과 이후 과속과 함께 오토바이를 정면으로 치는 상황이 이어졌다.
B씨 측은 앞선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음주방조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운전을 교사하진 않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양측 주장을 정리한 뒤 피고인 A씨와 B씨에 대해 신문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내년 2월2일 오후 4시30분 열릴 예정이다.
A씨는 지난 9월9일 0시55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동 인근의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C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08%)를 훨씬 넘은 0.194%로 조사됐다.
B씨는 사고 전 A씨가 차량 운전석에 탈 수 있게 자신의 리모트컨트롤러로 문을 열어주는 등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B씨가 A씨에게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부추긴 사실을 확인하고 이른바 ‘윤창호법’을 똑같이 적용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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