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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는 가상화폐 열풍…범죄 악용 차단, ‘양지’로 끌어낸다 [심층기획]

입력 : 2021-01-11 06:00:00 수정 : 2021-01-10 22: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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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830만원서 4500만원대로 폭등
전문가 “2017년 투기광풍 때와는 차이”
3월 ‘특금법’ 개정… 제도권 편입 기대감

국내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에 박차
3월 ‘특금법’ 개정안 시행이 분수령
실명계좌 의무화로 범죄 악용 차단

온라인 결제 땐 화폐로 인정 가능성
비트코인 가격 연동 금융상품도 준비
기관투자자 대량 매수로 가격 치솟아

가상화폐가 심상치 않다. 가상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이 지난해 11월18일 2000만원을 회복한 이후 한 달여 만인 12월27일 3000만원을 기록하고, 이후 열흘 만에 4000만원선까지 뚫고 올라갔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10일 오전 10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57% 내린 4598만3000원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월1일 832만7000만원에 거래되다가 불과 1년 만에 5배 이상 급등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7000억달러(약 764조원)를 크게 웃돌면서, 중국 공룡업체인 알리바바그룹홀딩스(6158억달러)에 이어 테슬라(7044억달러) 시총도 앞질렀다.

 

가상화폐에서 비트코인만 급등한 것은 아니다. 업계 전체가 들썩이면서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역시 같은 기간 14만9150원에서 145만9000원으로 10배가량 급등했다.

 

최근 가상화폐 급등 현상은 지난해부터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트리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불안정해진 가운데,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로 돈을 풀면서 유동자금이 풍부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경기 부양 목적으로 3조달러 이상을 푼 것이 대표적이다. 각국 정부가 돈을 풀면서 화폐가치는 낮아졌고, 증시가 아닌 대안 투자처를 찾는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선호 현상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가상화폐 열풍은 2017년 가상화폐 광풍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 가상화폐는 철저히 ‘음지’의 영역에서 투기적인 성격으로 사고팔았다면 최근에는 가상화폐가 실물자산으로 편입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가상화폐 제도권으로 들어오나…‘특금법’ 개정안

 

가상화폐에 대한 잠재력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실용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가 음지에서 범죄자금 세탁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는 데다가 과거 2017년 당시 투기 광풍까지 불러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양지인 제도권으로 끌어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가상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오는 3월 25일 예고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으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이번에 개정될 것으로 여겨지는 특금법은 가상화폐를 음지의 영역에서 양지의 영역으로 분류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11월 2일 입법예고됐다.

 

이번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포함한 수탁업체, 지갑업체 등은 금융당국에 오는 9월까지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국제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 금융권의 실명확인가상계좌 발급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영업을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이번 개정안은 암호화폐가 가상계좌 등을 통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실명계좌를 통해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실명계좌 발급 여부다. 다수의 거래소가 ISMS와 AML시스템은 구축했으나 실명계좌 발급 문턱을 넘은 거래소는 4곳에 불과해서다. 현재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빗썸(NH농협), 업비트(케이뱅크), 코인원(NH농협), 코빗(신한) 등 4곳이다. 이들 거래소는 2017년 말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실명제 정책을 발표한 이후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있다.

 

특금법이 시행되면 가장 먼저 이들 4개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외한 소형 거래소들은 사라질 전망이다. 고팍스, 한빗코, 캐셔레스트 등 소형거래소들은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을 놓고 꾸준히 접촉 중이나 쉽지 않다는 평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가상화폐의 미래성을 보고 (아직 실명계좌 발급을 받지 못한) 거래소와 협업을 하고 싶어해도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기도 한다”며 “당장 특금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기존의 4개 거래소 이외에 다른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금법 개정안 시행 이후로는 가상화폐 업계에서 은행의 입김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기준이 되는 실명계좌 발급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개 가상화폐 거래소 중 3곳은 이달 실시하는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등의 재계약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앞다퉈 ‘디지털자산 보관·관리 사업’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 관리기업 ‘한국디지털에셋’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택했다. 한국디지털에셋은 해치랩스, 해시드, 국민은행이 투자를 통해 설립한 회사다. 국민은행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실험을 통해 한국디지털에셋을 디지털자산 시장의 은행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한은행은 디지털자산 관리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자산 보관·관리 시장에 진출했다.

 

◆가상화폐 전망과 우려

 

금융당국의 특금법 개정안 도입은 더 이상 가상화폐를 단순 투기자본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과 함께 미래 가능성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따라온다.

 

2017년 가상화폐 버블 당시와 이번 가상화폐 열풍은 차이가 있다. 2017년 당시 가상화폐는 사고팔 수는 있었지만 정작 사용처가 없어 유명무실한 자산에 가까웠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쓰임새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면서 가상화폐는 더 이상 투기자산이 아닌 실물자산으로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글로벌 온라인 결제기업 페이팔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할 것으로 밝히면서 비트코인이 실물자산으로 쓰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페이팔의 의도대로 비트코인이 온라인 결제에 쓰인다면 실제 화폐 및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하는 금융상품도 출시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뉴욕 자산운용사인 반에크 어소시에이츠는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설립을 재추진한다고 지난해 12월 31일 밝혔다. 이 회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받으면 최초의 비트코인 ETF가 탄생하게 된다.

 

비트코인이 금융상품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관투자자들도 작년부터 비트코인 대량 매수에 나섰다. 대형 보험사인 매스뮤추얼은 1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사들였고, 투자회사 그레이스케일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에만 7만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또한 금융정보업체인 S&P다우존스는 연내 가상화폐 지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다 보니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14만6000달러(약 1억60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화폐를 과대평가된 투기자본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언제든 급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 리서치기업 뉴턴 어드바이저 창업주 마크 뉴턴은 비트코인 가격은 1월 초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이후 상승 사이클이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자산 운용사인 셀시어스네트워크 창업주 겸 CEO인 알렉스 마신스키 역시 비트코인 가격이 25% 이상 조정을 보일 수 있다며, 조정 과정에서 투기적인 투자자에서 장기 투자자로 손바뀜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사진=AFP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비트코인 가격 급등과 관련해 “투기적인 상승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에 의해 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가장 많은 비트코인, 결제 등 화폐기능에 특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유통되는 가상화폐의 특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디지털화폐를 통칭하며, 흔히 알려진 비트코인 등은 가상화폐를 암호화한 암호화폐다. 가상화폐 3대장으로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을 꼽는다.

 

비트코인은 잘 알려졌듯이 결제나 거래 관련 시스템 등 화폐로서의 기능에 집중돼 있다. 또 암호화폐 중 2009년 1월 맨 처음 만들어진 데다가 한 가지 기능에 집중돼 수요가 가장 많은 편이다. 이밖에 가상화폐와는 달리 발행량이 한정돼 있지만, 다른 가상화폐와 마찬가지로 시세가 극도로 불안정하다. 세간에 알려지는 것과 달리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워낙 이름을 떨치면서 이를 응용한 가상화폐도 나오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랩트비트코인이 있다. 랩트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을 ‘포장’(wrapped·랩트)했다는 의미로 비트코인과 일대일로 지원되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앞에 설치된 시세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뉴스1

비트코인 다음으로 시가총액이 많은 이더리움의 특징은 화폐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계약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자투표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투명하게 운용해주고 확장하는 블록체인 기반이다. 비트코인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적용 범위에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양한 이더리움 기반 토큰들이 만들어지는 등 활용성 측면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으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이더리움 선물 상품을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고, 이를 계기로 기관투자가들은 이더리움 투자에 따른 가격 하락을 선물로 헤지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규모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플은 다른 가상화폐보다 국제 결제 속도가 약 2초 빠르고 금융사고 발생 회수가 전무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수수료가 채굴자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만큼 총량이 그대로 줄어들어 모두의 이익으로 귀속되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23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을 두고 “화폐가 아닌 증권이다. 적절한 공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창업자를 고소하면서 리플 가격이 6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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