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내각 수반인 국무총리에 이어 곳간지기인 경제부총리까지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4차 재난지원금의 지급방식을 놓고 당정간 갈등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이 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별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10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4차 지원금은)시기적으로 아직 이르다"며 "지급이 불가피할 경우 정부의 재정도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재원이라면 피해계층 지원을 두텁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소득이 나아진 분도 있고 공무원처럼 임금 변동이 없는 분도 있다"며 "이런 계층과 소상공인 막대한 피해 계층을 똑같이 주기보다는 피해 계층에 두텁게 지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앞서 정 총리가 페이스북에 언급한 내용과도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 총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다"며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인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5일 이 지사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지원금을 넘어선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재난지원금의 규모보다 지원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 총리는 이른바 '이재명식 재난지원금'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방식의 지원금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총리는 "해당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 차원에서는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총리에 이어 홍 부총리도 선별지원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하면서 당정간 보편-선별 지원에 대한 갈등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여당은 지급시기를 놓고 고심 중에 있지만 4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하는 데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에 대해 "코로나19가 진정되고 경기를 진작해야 된다 할 때는 전 국민 지원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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