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신년사에도 “스포츠 인권을 보장받고 즐겨야”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또 드러난 체육계 폭력사태에 대해 특단의 노력을 쏟으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체육 분야는 국민에게 많은 자긍심을 심어줬으나, 그늘에선 폭력이나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이런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간판스타 쌍둥이 이재영·이다영이 중학생 시절 학교폭력을 일삼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과 관련된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대한배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두 선수를 향후 국가대표 선수 선발 대상에서 무기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체육계 부조리를 엄단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2019년 1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했을 당시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에야말로 근본적인 개선과 우리 사회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 드러난 일뿐 아니라 개연성이 있는 범위까지 철저한 조사와 수사,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이은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증언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 왔던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외형의 성장을 따르지 못한 우리 내면의 후진성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의 고(故)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에서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에도 문 대통령은 최윤희 당시 문체부 2차관에게 스포츠 인권 강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이번이 불행한 사건의 마지막이 돼야 한다”며 “체육계의 폭행, 성폭행 등 사건들의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 선수들이다. 여성 체육인 출신 차관이 보다 더 큰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체육계의 각종 부조리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빠르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께 신뢰를 확실하게 심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사에서도 “이제 메달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며 “즐기는 시대다. 정부는 전문 체육인들과 생활 체육인들이 스포츠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마음껏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간섭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과거 사례까지 공개되면서 체육계를 둘러싼 폭력의 그림자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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