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신규 확진 80% 변이일 수도”
한국이 접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요즘 기승을 부리는 변이 바이러스 앞에선 효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의 비율이 최대 80%에 이를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 강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자사 백신이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변이 바이러스를 상대로 항체 효과가 3분의 2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시인했다. 두 회사는 미국 텍사스주립대 의과대학(UTMB)과 공동으로 남아공 변이인 B.1.351과 동일한 바이러스를 배양해 연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남아공발 변이에 대해 백신 효력 감소가 거의 없다고 발표했었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물론 UTMB 연구진 중 일부는 “화이자 백신이 변이를 상대로 면역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세계에서 변이 바이러스 전파가 가장 빠른 독일의 경우 특히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2%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보건당국은 이같은 확산 속도가 이어진다면 다음 달 초에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비율이 무려 8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화이자를 비롯해 기존에 만들어져 접종이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들이 남아공 및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예방 효과가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의 무차별 확산은 인류가 염원하는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을 방해하고 그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사정이 이렇자 독일이 속한 EU의 행정부에 해당하는 집행위원회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유럽보건비상준비대응국(HERA) 인큐베이터’라는 이름의 코로나19 변이 대응 계획이 곧 시작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역시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개량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EU, 세계 연구자들, 생명공학 회사, 제조업체, 공공 당국과 협력해 새 변이 바이러스를 찾아내고 개량 백신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감염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전세계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EU 역내 전문가들은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에서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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