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대해 같은 대학 역사학과 교수들이 비판 성명을 냈다.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관련 계약서를 실제로 본 적도 없을뿐더러 역사적 사실로 볼 때 학문적 진실성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카터 에커트 교수(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와 앤드루 고든 교수는 성명을 내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진실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 편집장의 요청으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평가하면서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두 교수는 “(논문 속) 인용문들을 추적해본 결과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나 그 가족이 모집책이나 위안소와 체결한 실제 계약을 단 1건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램지어 교수는 심지어 일본 정부나 군이 참고용으로 제공한 표본 계약서 또한 찾아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램지어 교수가 어떻게 읽지도 않은 계약서에 대해 극도로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신뢰할 만한 주장을 만들어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램지어 교수는 1938~1945년 위안부 피해자들이 맺은 계약과 전쟁 전 일본과 식민지 조선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매춘 계약서를 비교했다. 이는 실제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맺은 계약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데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 활용한 문건은 중국 상하이 소재 위안소의 술집에서 일하는 일본인 여성 바텐더의 표본 계약서인 것으로 파악됐다.
버마(미얀마)의 한국인 위안부가 6개월에서 1년까지 단기 계약을 맺고 일했다는 주장에는 일본어로 작성된 1937년 계약서가 인용됐지만 두 교수는 “이는 일본군이 미얀마에서 전투를 벌이기 몇 년 전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증거도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의 인용문이 부실하다고 지적하며 “이는 최악의 학문성·진실성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주장과 관련 없는 인용문을 끌어다 쓰거나, 주장에 반대되는 증거를 배제하려고 문건을 선택적으로 차용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두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서 확인된 문제점들을 나열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곧 그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정부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램지어 교수의 논문 주장에 대한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우리는 일본과 한국이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협력할 것을 오랫동안 권장해 왔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국무부의 언급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과 같은 것이지만 최근 램지어 교수의 논문 파동으로 국내외에서 비판이 확산하며 이 사안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다시 한번 일본 책임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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