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홍진영씨가 지난해 말 석·박사 학위논문 표절 논란으로 비난이 빗발쳤을 당시에도 저소득층 대학생을 돕기 위한 장학금 1억원을 쾌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8년부터 아무 조건 없이 해마다 1억원씩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한 선행을 이어간 것이다.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상 깊은 장학금 기부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여러 분이 계시는데 그중 하나가 홍진영씨”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고 문재인정부 들어 2018년 8월 임기 3년의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 이사장은 “홍씨가 얼마 전 이슈가 된 논문표절 문제와 별개로 3년 전부터 아무 조건 없이 매년 1억원씩 3억원의 장학금을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했다”며 “재단이 운영하는 수십 종의 기부 장학금 중 ‘홍진영 장학금’이 가장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다른 기부자의 장학금은 지원 경쟁률이 3대1이나 4대1 수준인데 홍진영 장학금은 그의 인지도 때문인지 20대 1을 넘는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홍씨가 기부 첫해(2018년 12월)에 그냥 재단에 와서 아무 조건 없이 1억원을 주고 가길래 ‘고맙고, 착하다’는 생각만 했다”며 “1년 뒤에 또다시 1억원을 들고 와 깜짝 놀라서 ‘또 올줄은 몰랐다’고 했더니 ‘작년에 가면서 또 오겠다고 그랬잖아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그런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고, (들었다고 해도) 인사치레려니 하고 생각해 흘려들은 모양인데 홍씨 본인은 또 기부하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놀랐던 게 지난 연말에는 ‘논문표절로 시끄러운 마당에 또 기부할 수 있으려나’하고 궁금했는데 홍씨가 조용히 또 기부하고 갔다”며 “당시 홍씨가 (상황이 상황인지라)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도 있었다는 걸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해서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홍씨의 논문표절은 잘못이고 비판받아야 하지만 홍씨가 이런 선행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것도 알려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홍씨는 2019년 12월 한국장학재단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푸른등대 가수 홍진영 기부장학금 기탁식’ 당시 “많은 대중분들께 받았던 과분한 사랑을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며 “학생들의 귀중한 꿈이 경제적인 이유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앞으로 더 많은 분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동을 모색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그는 다양한 봉사활동과 기부활동으로 대표적인 ‘선행 천사’ 연예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홍씨는 과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강원 산불 피해주민들을 위해 각각 5000만원 상당을 기부하고, 독거노인을 위한 자선행사 수익금 기부와 연탄지원 봉사활동 등을 하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었다.
◆‘선행 천사’ 이미지 석·박사 논문표절 논란에 타격◆
하지만 지난해 논문표절 논란이 터지고 거짓 해명으로 대응했다가 표절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조선대학교 측의 표절 잠정 결론을 받아들이고 가슴 깊이 뉘우치겠다. 지금도 밤낮없이 석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도 너무 큰 실례를 저질렀다, 죄송하다. 모든 걸 인정하고 반성 하겠다.”
지난해 12월 18일 홍씨가 논란이 일었던 논문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밝힌 입장이다. 그는 2009년과 2013년 조선대학교 대학원에서 무역학 석사·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초 홍씨의 석사 논문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에 관한 연구’와 관련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홍씨 측은 즉시 “홍진영이 연구 및 작성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했다”며 “논문은 홍진영의 창작물로서 타 논문을 표절한 일이 전혀 없었음을 말씀드린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의혹과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홍씨는 다음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당시 문제없이 통과됐던 부분들이 지금에 와서 단지 몇%라는 수치로 판가름되니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 보일 수 밖에 없어 답답하고 속상할 뿐”이라는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또한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생각하니 제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며 “과한 욕심을 부린 것 같다”고 한 뒤 학위 반납 입장을 밝혔다. 이후 다음달 조선대 대학연구윤리원 산하 연구진실성위원회는 홍씨의 석사 논문 표절 여부를 심사한 뒤 표절로 잠정 판단했다.
◆다음은 지난해 12월 18일 홍씨가 SNS에 올린 글 전문.
안녕하세요, 홍진영입니다.
이미 많이 늦었고 돌이킬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신곡으로 컴백하는 날 논문 표절 기사가 터졌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너무 겁이 났고 머릿 속이 하얘졌습니다.
그 때까지도 저는 욕심을 못 버렸던 것 같습니다.. 표절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다시는 무대에 오를 수 없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수님이 문제 없다고 했는데', '학위로 강의할 것도 아닌데' 하는 식으로 제 자신을 합리화하기 급급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이 거짓으로 비춰질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위를 반납하면 그냥 넘어가 주시지 않을까, 혹시 그만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관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어쩌면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잘못하면 제대로 사과하고 혼이 나야하는데... 저는 반성 대신 변명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성숙하지 못했고 어른답지도 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조선대학교 측의 표절 잠정 결론을 받아들이고 가슴 깊이 뉘우치겠습니다. 지금도 밤낮없이 석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도 너무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든 걸 인정하고 반성 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가진 것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앞으로 조용히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의미있고 좋은일들을 해가며 제가 받았던 사랑을 갚아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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