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기자회견 통해 정면돌파 선언
폭로자 측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물증 입증 의문… 사태 추이 주목
프로배구에서 시작돼 프로야구, 농구 등으로 퍼져나간 ‘학교폭력 미투’의 한가운데서 지난 24일 나온 ‘초등학교 축구부 성폭력’ 폭로는 팬들에게 한층 더한 충격을 안겨줬다. 초등학생의 성폭력 사건이라는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가해자로 추정된 인물이 한국 축구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기성용(32·FC서울)이었기 때문이다.
전·현직 축구계 인물 2명이 터뜨린 폭로 내용은 전남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원이었던 2000년 1∼6월 운동부 선배 2명으로부터 성적 행위를 강제당했다는 것. 폭로 내용을 볼 때 가해자 중 한 명이 기성용이라는 추측이 인터넷상에서 퍼졌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이 앞선 학교폭력 미투들처럼 ‘폭로-추가 피해자 등장-사실 인정 및 사과’ 등의 양상으로 이어질지 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게 됐다.
그러나 사건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상대가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기성용 측이 먼저 적극적으로 폭로 내용을 부인하고 나섰다. 여기에 이들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폭로자들이 아닌 기성용 측에 힘을 실어주는 인터뷰를 연이어 내놓으며 여론이 ‘사태의 흐름을 지켜봐야만 한다’는 신중론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폭로를 내놓은 인물 중 한 명이 2004년 후배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라는 점이 드러난 것도 여론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이 사건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게 됐다. 기성용과 폭로자들이 모두 ‘자신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대치 상태다. 기성용은 27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개막전에 선발 출전해 자신이 의혹에 정면돌파할 것임을 선언했다. 경기 뒤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증거가 있으면 빨리 내놓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에 폭로자들을 대리하는 박지훈 변호사 측도 “기성용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조만간 증거 전체를 공개할 것”이라고 맞받아친 상태다. 20여 년 전 초등학교 시절의 일을 물증으로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가운데 박 변호사 등이 피해 상황에 대한 증언을 얼마나 일관되고 신빙성 있게 제시할 것인가에 따라 향후 사건의 흐름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다만, 여론의 무게추가 점점 기성용 쪽으로 기울고 있기에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 폭로자 측이 더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크다. 아직 얼굴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들과 달리 스스로 공식 석상에 나와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힌 점도 기성용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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