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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될 거야”… 총격 사망 미얀마 19세 여성, 시위 상징 되다

입력 : 2021-03-05 06:00:00 수정 : 2021-03-05 07: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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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정, 최악 유혈 진압 하루 38명 사망

만달레이서 시위 도중 숨진 ‘치알 신’
페북엔 죽음 예감한 듯 “시신 기증”
입던 티셔츠 문구 유언 돼… 추모행렬

유엔 “최소 54명 사망·1700명 구금”
AP “안보리, 비공개 회의 논의 예정”
EU “미얀마 개발 프로젝트 중단”

“다 잘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미얀마 시민 치알 신(19·여)이 입고 있던 검은 티셔츠에 쓰인 이 문구는 그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 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만달레이에서 열린 군부 쿠데타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군정의 유혈 진압에 이날 미얀마 전역에서 38명이 사망했다. ‘피의 일요일’이라 불린 지난달 28일(18명)보다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4일 “신을 비롯한 젊은이들 죽음이 미얀마 시위대에 새로운 기폭제가 되고 있다”며 “신은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신의 별명은 ‘천사’였다. 노래와 춤, 태권도를 좋아했고 미용실에서 일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투표권을 처음 행사한 그는 쿠데타에 반발해 친구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죽음을 예감하기라도 한 듯 페이스북에 혈액형과 연락처를 남기며 ‘시신을 기증해 달라’고 썼다.

 

신은 최후까지 군경에 저항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서 그는 “우리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며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고 소리쳤다.

그와 시위에 함께 참가한 미얏 뚜(23)는 로이터통신에 “시위자들이 눈에서 최루가스를 씻어 낼 수 있게 수도관을 발로 찬 용감한 젊은 여성이었다”며 “경찰이 총을 쏘기 시작했을 때 ‘총에 맞을 수 있으니 앉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이 숨질 당시 수백 명이 참여한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다 잘될 거야”라며 그를 추모하는 글이 잇따랐다. 미얀마인들은 이날도 시위를 이어 간 가운데 만달레이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엔 수천 명이 죽음을 애도하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와 관련해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고 “미얀마 쿠데타 이후 군경에 의해 최소 54명이 숨지고 1700여명이 구금됐다”며 “군부는 시위대 살인과 투옥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3일(현지시간) 연행된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 참가자 곁에 총을 멘 군인이 서 있다. 만달레이=AP연합뉴스

AP통신은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회의를 열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얀마 안팎에선 유엔이 ‘보호책임’(R2P)을 발동해 군정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R2P란 국가가 자국민을 상대로 집단학살이나 전쟁 범죄, 인종 청소,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를 때 인도주의 차원에서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1990년대 르완다와 구유고슬라비아의 대규모 잔혹 행위를 막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해 2005년 유엔 세계정상회의에서 채택됐다.

 

유엔 로힝야 사태 진상조사단으로 활동했던 크리스토퍼 시도티는 미얀마 나우에 “R2P가 군부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 표적 제재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면서도 “유엔 회원국들이 미얀마에 군사 개입을 위해 보호책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사용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유럽연합(EU)은 미얀마에 대한 개발 프로젝트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군부로 돈이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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