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지구 100억 원대 땅 사전투기 의혹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2기·3기 신도시 관련 제보까지 이어지며 사태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LH 임직원들의 사전투기 의혹을 알린 이 단체와 참여연대에 관련 제보가 연일 들어오고 있다.
민변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LH 투기 의혹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신도시·개발예정지 투기 의혹 관련 부정행위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제보 대상은 저마다 다르지만 또 다른 3기 신도시 관련 제보도 있고 2기 신도시 관련 제보도 있다”고 밝혔다. 들어온 제보 중에는 광주·부산 개발예정지구 관련 의혹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일정 기간 제보를 모두 받은 뒤 내용을 취합할 예정이다. 그 뒤 신빙성이 있는 내용들로 추려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민변 관계자는 “LH 직원뿐 아니라 정치인, 공무원이라면서 들어오는 제보도 있다”며 “일단 제보를 모두 취합한 뒤 사실 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발표 여부에 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LH 임직원 10여명이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 발표 전 100억 원대 토지를 사전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해당 필지의 토지 등 등기부 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해보니, LH 직원 10여명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10개의 필지 토지(23,028㎡, 약 7000평) 지분을 나누어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해당 토지 매입가격만 100억 원대에 이르며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추정액만 58억여원으로 알려졌다.
3기 신도시 이전 1·2기 신도시 조성 때도 공무원들의 투기와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검찰이 합동수사본부(합수부)를 설치해 부동산 투기 사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부동산 투기 세력과 유착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개발 예정 용지를 미리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린 공무원들을 대거 적발했다.
1989년 노태우 정부가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부동산 가격 폭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검찰은 1990년 2월 합수부를 설치에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1990∼1991년 수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000여명을 적발해 987명을 구속했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에 연루돼 구속된 공직자는 131명에 달했다.
1991년에는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도시 아파트 부정 당첨자 167명 가운데 당시 현직 공무원 10명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2기 신도시 조성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서울 송파(위례), 양주 옥정, 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7월 또다시 부동산 투기 사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15년 만에 두 번째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에는 공무원이 27명이나 포함됐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 파장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LH와 함께 전수조사에 나섰다. LH는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했다. 문제의 직원들은 대기발령 조치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 대상으로 국토부, LH, 관계 공공기관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다음날인 4일에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제도 개선책도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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