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활동 중 생긴 노폐물 잠 잘때 배출
깊이 잠들지 못하면 치매단백질 쌓여
잠자는 시간 짧을수록 면역세포 약화
고혈압 등 심혈관·대사질환 발생 높여
일정한 취침·기상시간 지키는 것 중요
잠자기 전 스마트폰 보기·음주 피해야
잠들기 전 스마트폰, 음주, 과식 등 숙면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다. 수면은 늘 반복되는 일상이라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잠은 치매 예방과 면역력 향상, 비만 예방 등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행동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수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셈이다.
오는 19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신원철 대한수면학회 이사(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좋은 수면’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잠이 보약’… 숙면이 주는 효능
수면량이 줄거나 수면의 질이 나빠지면 각종 질병이 유발된다는 사실은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치매다. 뇌에는 글림파틱(Glymphatic)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 시스템은 깊은 잠을 잘 때 작동해 낮에 뇌가 활동하면서 생긴 뇌의 노폐물을 정맥으로 배출한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 단백질도 이때 함께 뇌에서 배출된다. 수면장애로 인해 깊은 잠에 들지 못하면 그만큼 치매 단백질이 쌓이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50대 이후에 불면증이 발생하면 치매는 2배 이상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치매 단백질로 손상된 뇌세포는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리 몸의 ‘방어시스템’인 면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면 박탈이 선천 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NK 세포(Natural Killer Cell) 수와 기능을 감소시키고, 후천 면역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CD4+T 세포 수 감소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서 수면박탈군에서 인플루엔자A 및 A형 간염 백신 접종 이후 면역 반응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면역기능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약화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요즘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걱정될 때,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꿀잠’인 셈이다.
◆좋은 잠을 자려면…
숙면을 방해하는 수면장애에는 불면증, 과면증 및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코골이·수면무호흡증 등이 있다.
이중 불면증은 많은 성인이 흔히 경험하는 질병이다. 불면증은 잠드는 데 30분 이상 걸리고, 새벽에 자주 깨는 야간증상과 낮에 졸리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이나 감정의 변화 등 주간증상이 동반될 때 진단된다.
보통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불면증은 원인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러나 이후 잠을 못 자는 습관이 형성되거나 주 3일 이상의 불면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올바른 수면습관을 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수면위생법(Sleep Hygiene)을 권한다.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 △낮잠은 15분 이내 △잠들기 전 과식 금지 △금연 △잠자리 소음 없애기 등을 통해 숙면을 취하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반대로 △밤늦게 스마트폰, 전자 장비를 보면서 청색파(Blue Wave)에 노출되는 행동 △과도한 낮잠 △잠이 안 오는데 일찍부터 누워 있거나 계속 누워 있는 행동 △잠에 대한 과도한 걱정 등은 불면증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피해야 한다.
수면시간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지 않지만, 보통 적당한 수면시간으로는 6∼8시간이 언급된다.
신 교수는 “전체 인구의 1%는 하루 4시간 이하로 자도 생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쇼트슬리퍼(Short Sleeper)이고, 10시간 이상 잠을 자야 생활이 가능한 롱슬리퍼(Long Sleeper)도 있다”면서도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인 경우는 그 이상 잠을 자는 사람에 비해 고혈압, 당뇨 등의 심혈관질환과 대사성질환 발생이 높다는 연구가 최근 나오고 있어 최소한 6시간 이상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수면위생법에서는 잠이 들지 않을 경우 계속 누워 있기보다는 일어나서 졸리면 다시 잘 것을 권하는데, 이때 피해야 하는 행동이 있다. 바로 술과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빛, 특히 청색파를 눈에 쬐면 뇌를 각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술을 마시면 중간에 자주 깨고, 전체 수면시간이 짧아지게 돼 전체적으로 수면부족을 유발한다”며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술을 마시면 술 중독이나 간이나 위장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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