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와 같은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면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 전체가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 가운데 하나로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선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LH 사태의 경우 기본적으로 개인의 일탈행위이지만 중대한 일탈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관에도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그 방향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최악의 경우 해당 기관장이 해임되고,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성과급이 전체 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 기관도 있어 성과급 삭감은 직원들에게 경제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윤리경영이나 공공성 등에 대한 배점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윤리경영 부문의 배점이 100점 만점에 3점에 불과해 경영평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문제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LH의 경우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윤리경영 부문에서는 낙제점인 D등급을 받았지만, 종합등급은 최고등급인 A등급이었다. 부패나 윤리 문제에 대한 경영평가단의 지적사항이 매년 이어졌지만 3년 연속 A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윤리경영에 대한 가점이 낮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2점)과 같은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 역시 배점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중대 일탈 행위 발생 시 관련된 더 많은 지표에서 경영평가 점수를 감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H급 사태가 발생하면 윤리경영 부분뿐 아니라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책임을 물어 리더십 점수를 깎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정부는 종합등급과 경영 관리, 주요 사업 등 범주별로 각 등급이 C 이상인 기관에 경영평가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중대 일탈 행위로 경영평가 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성과급을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
이번 신도시 투기로 물의를 빚은 LH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진행된 2019년 경영평가에 따라 지급된 성과급도 환수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종료된 경영평가에도 반영해 기존 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성과급도 환수할 계획이다. LH 직원들은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2017년 708만원, 2018년에 894만원, 2019년에 992만원을 받은 바 있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조합 대출을 조합원에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날 “상호금융 예대율 산정 시 조합원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농협상호금융의 경우 조합원 대출이 절반인데 여기에는 준조합원과 간주 조합원에 대한 대출도 포함된다. 준조합원은 단위농협 지역에 살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나 농업 단체 등이며, 간주조합원은 다른 조합의 조합원이나 조합원과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 존비속이 포함된다. 농협 대출의 절반 이상이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에게 나가는 것이다.
LH 직원들이 비조합원 신분으로 상호금융 대출을 받고, 외지인의 상호금융 비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대출 비율을 손 봐야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LH사태’를 계기로 조합원 대출 확대 추진에 속도를 낸다.
다만 조합원 대출 수요가 많지 않고, 농업자금 대출이 상대적으로 부실 우려가 커 대대적인 제도 개편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80~100 이하인 상호금융의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을 산정할 때 조합원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 대출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종=우상규 기자, 김희원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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