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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기 직원 ‘친일파’랬다가 아니랬다가… ‘재산 몰수’ 소급 적용 오락가락

입력 : 2021-03-29 22:00:00 수정 : 2021-03-29 21: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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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 주재
“야단 맞을 것은 맞아야… 부당이익 철저하게 환수”
정부 “친일 수준 아니야” 소급 적용 부정적 입장
정치권, 선거 앞두고 ‘민심 달래기용’ 비판도 이어져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사태와 관련해 “친일파는 아니지 않은가”라며 소급처벌에 부정적이던 당정이 돌연 “친일파와 같다”며 소급적용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국민 분노가 큰 상황에도 ‘위헌 가능성’을 들어 소급적용을 제외한 내용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당정이 4일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은 얼마 안 남은 선거를 염두에 둔 무리한 행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투기 공직자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같아” 소급적용 추진하겠다는 정부

 

“야단맞을 것은 맞아야 한다. 드러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고, 부당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긴급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해 이같이 말했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그 여파가 미침에 따라 당정은 사태 진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갑자기 부동산 투기로 얻은 부당이득 몰수 처분을 ‘소급적용’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28일 당정회의에서 “현행법으로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 부당이익을 몰수하고 있고 이미 추진 중”이라면서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몰수를 위한 소급입법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투기한 공직자를 ‘친일파’와 같은 선상에 놓는 강경 발언도 나왔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당정에서는 구체적 논의가 없었지만, 당 최고위에서는 공직자 지위를 활용해 투기 이익을 얻거나 시도하는 자를 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같은 반열로 규정해 투기범죄를 다루자는 논의가 있었고 공감이 이뤄졌다”며 “소급입법이 추진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친일 수준은 아냐” 소급적용 배제한 후 4일 만에 입장 변화

 

앞서 정부는 투기한 LH 직원들이 ‘친일파’는 아니지 않냐며 소급적용에 오히려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지난 18일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열린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 회의에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위헌성 때문에 ‘친일’ 수준의 행위가 아니고선 소급적용은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타인에게 정보를 제공 또는 누설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투기 이익의 3∼5배의 벌금에 처하고 투기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는 내용이 골자다.

 

조 의원은 “소급 조항은 백발백중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 법 감정을 생각하면 소급효를 하면 시원하겠지만, 이 문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에 대한 소급적용 내용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공동취재사진

◆‘민심 달래기’용?… ‘위헌 가능성’ 어떻게 돌파할지 구체적 내용 없어

 

이 같은 당정의 태도 변화를 놓고 정치권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선 등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를 의식해 성급한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앞서 ‘위헌성 논란’이 제기된 만큼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단 지적이다. 개정된 법안으로 처벌받은 투기 직원들이 후에 헌법재판소에 위헌 법률 심판을 제기해 위헌 판단이 나올 경우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법무법인 나침반의 나현호 변호사는 “이미 투기가 끝난 사건에 대한 입법은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해 이에 대한 처벌 및 범죄수익환수를 위한 몰수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며, 아직 투기가 끝나지 않은 사건이 있다면 이에 대한 입법은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해 허용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당정이 논의하는 것이 부진정소급입법인 경우 과거에 투기 행위로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를 지금까지 갖고 있을 경우엔 처벌 가능하지만, 이미 토지 등을 팔아 투기 이익을 실현한 사람은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폭로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서성민 변호사도 “소급적용은 형벌불소급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무척 어려운 사항”이라며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앞서 당정은 ‘추가 입법’을 통해 소급적용을 논의하겠다고 했으며,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도 브리핑에서 “투기 비리 공직자는 전원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이다.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은 몰수·추징 보전을 통해 전액 환수하겠다”고만 했을 뿐 소급적용 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서 변호사는 “정부가 처벌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의지 자체는 높이 사지만 위헌성 논란을 벗어날 수 없다면 현행법상 할 수 있는 대책이나 해결방안들에 더 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지법상 농사를 짓지 않을 거면서 허위 농업계획서 등을 제출했다면 지자체장들이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고 처분 안 하면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다른 방법들이 있다”며 “지금의 대응은 좀 부족한 편이다.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걸 먼저 제시하고 소급입법 등 예외적으로 적용할 부분을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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