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서장 "동료에게 심려 끼쳐 죄송하다" 고개 숙여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선배가 후배를 불러 막말을 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검사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는 후배의 폭로에 경찰 내부에서 논란이 확산하자 경찰서장이 직접 사과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관악경찰서 수사과 경제팀 소속 A순경은 지난달 30일 내부 게시판에 ’검사에게 무릎 꿇으라는 수사심사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순경은 이 글에서 관악서 수사심사관인 B경감이 지난달 9일 “담당 검사에게 가서 무릎을 꿇어라”, “팀장도 데리고 가서 사죄해라” 등의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중 공소시효가 만료돼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려 결재를 요청했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게 A순경의 설명이다.
앞서 A순경은 공소시효 10년이 임박한 사기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피해자 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름의 모든 노력을 다했는데도 ‘수사가 미진하다’며 그야말로 수치스럽게 ‘공개 처형’을 당했다”며 “수사 심사라는 미명 하에 비인격적 조롱과 직책을 이용한 비겁한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연 담당 검사가 문제를 삼지도 않는 절차상의 지연을 이유로 미리 찾아가서 ‘무릎 꿇고 죽을 죄를 지었으니 용서해달라’고 사죄를 하는 것이 경·검 수사권 조정의 결과인가”라며 “가뜩이나 일선 경찰서에 사건이 넘쳐나고 장기화되는 이 시점에서 따로 불려나가 다른 사람이 모두 보는 앞에서 인격적인 모독을 당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인격적 ‘공개심판’을 받으며 수치스럽게 수사관직을 수행하고 싶지 않다”고도 썼다.
B경감은 이에 ‘예전에 한 직원은 이런 일로 검사에게 무릎을 꿇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을 뿐 실제로 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다는 내용의 해명성 댓글을 달았고, 이번에는 A순경 동료까지 나서 다시 댓글을 달아 반박했다.
이렇게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자 관악서장이 나서 ‘동료 경찰관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취지로 사과문까지 올렸다.
관악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양측의 입장이 달라 경찰서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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