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차량 출입을 막아 결국 집 앞 배송이 중단됐다. 아파트 측은 “택배 차량으로 인해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진입을 막았다.
택배 차량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 높이인 2.3m보다 높아 단지 내 진입이 불가능하다.
이에 아파트 진입을 위해 차량을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모두 택배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택배노조는 아파트 측이 택배 기사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택배기사들은 각 세대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8일 강동구 A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이 아파트에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5000세대 규모인 A아파트는 이달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이용을 막고 손수레로 각 세대까지 배송하거나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을 이용하라고 택배기사들에게 통보했다.
택배노조는 “이런 조처를 시행하기 전 1년의 유예기간을 줬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손수레를 쓸 때 배송 시간이 3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물품 손상 위험도 커진다". 특히 저상차량에서는 몸을 숙인 채 작업해야 해 허리는 물론 목, 어깨, 무릎 등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이 더욱 심각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측 방침은 모두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허용하고 대신 추가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A아파트가 현재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오는 14일부터 ‘개인별 배송 불가 아파트’로 지정해 아파트 입구로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 차량으로 인해 안전이 문제가 된다면 진입을 허용하면서 저속 운행토록 하거나 안전을 위한 추가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며 “코로나 시대 필수 서비스가 된 만큼 입주자뿐만 아니라 택배 기사를 위해 상생하려는 노력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