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의미 없다” 비판
재·보궐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자의 승리로 끝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서울시 공동운영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단일후보 경선에 나서기 전 누가 시장이 되든 연립정부를 꾸리는 데 공감한 상태다.
◆ 베일에 가린 ‘공동운영론’…인사배분·정책연대가 핵심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시 공동운영론은 비전·방안 등을 놓고 뼈대만 구두 논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운동 기간 원활한 공조를 위해 구체적인 방법론은 ‘당선 이후’로 미뤘다는 것이다. 다만, 약속에 따라 개략적인 내용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상황이다.
이를 두고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인사교류’와 ‘정책연대’가 꼽힌다. 양측이 우선 주요 보직을 공유한 뒤 유럽정당들이 택해온 정책연대를 표방할 것이란 얘기다. 앞서 오 시장 측은 “(한쪽의) 독주 구도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 측이 핵심 요직인 정무부시장과 일부 고위 정무·별정직을 가져가는 방안이 회자된다. 정무부시장은 오 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아울러 전임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체제에서 시정을 장악한 핵심 실장·보좌관직을 공동 배분해 시정의 틀을 다시 짜는 방안도 언급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전 시장이 임명한 청년청장, 여성가족정책실장 등은 이미 사임했고 국제관계대사, 국제협력관 등은 공석으로 남아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등 산하단체 수장들도 공석이거나 줄줄이 교체 대상이다.
다만 단순한 인사배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오 시장이 당선 전 언급한 독일식 정책연대가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집권세력 외의 인사가 다수 참여하는 연립체제를 꾸려 지배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의석수에 맞게 내각을 배분하는데, 오 시장과 안 대표 측은 국민경선 당시 얻은 득표율에 따라 핵심 요직을 나눌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기 침체와 여성에 대한 암묵적 성폭력, 20·30세대의 기득권에 대한 반발이 선거 의제였던 만큼 소상공인·자영업자, 여성단체, 청년대표 등이 양측의 입장을 대변해 정책 협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 ‘남경필의 경기도 연정’은 실패…김종인 “의미 없다” 비판
양측이 정책연대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공통 공약을 추려 우선 추진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소위 ‘탈락 진영’도 정책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안 대표가 주장해온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통합 논의는 물론 안 대표의 향후 대권 도전이 복선으로 깔렸다.
연정형태의 광역자치단체 운영은 새누리당 소속이던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이미 시도한 바 있다. 남 전 지사는 2014년 도지사 취임 이후 도의회 다수당이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연정합의문을 작성한 뒤 ‘사회통합부지사’(연정부지사)를 맡겨 협치를 구했다. 사회통합부지사는 정무부지사처럼 전체 실·국 업무를 아우르고, 일부 예산권과 국·과장 임명권을 가져갔다. 하지만 양측은 2년이 못 돼 연정을 종료됐다. 정책적 코드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보선 이후 오 시장과 안 대표 간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 같은 전례에 근거한다. 오 시장 측에서 권한을 얼마나 양보할지, 안 대표가 얼마나 지분을 요구할지 미지수인 가운데 연정이 연착륙할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벌써 국민의힘 내부에선 지난해 12월 안 대표가 중도보수 연립정부를 제안한 데 오 시장이 화답한 것이 향후 시정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리적 이유에서도 오 시장의 서울시 공동경영 체제는 당장 가동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 다음 날인 8일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데다 산적한 현안 파악으로 좀처럼 협의 시간을 갖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야권 단일후보 선출 이전인 지난 2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에 어떻게 연립정부라는 게 형성될 것인가”라며 “의미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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