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탈핵·환경단체들은 이를 ‘핵 테러’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3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탈핵시민행동은 13일 성명을 내고 “지난 10년 동안 주변국이 반대해온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독단적으로 강행하려는 행태에 분노한다”며 “일본 정부의 결정을 ‘핵 테러’로 규정하고 방류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탈핵시민행동은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인체에 무해한 수준까지 희석해 순차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희석해도 바다에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에는 변함이 없다”며 “해양생태계를 넘어 인간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관계 각료 회의에서 결정했다. 배출 전에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지만,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내지 못하므로 물을 섞어 농도를 낮춘 뒤 방출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이 과정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승인 등이 필요하므로 실제 방출까지는 2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NHK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이날 각료 회의에서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에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가 전면에 나서 안전성을 확실히 확보하는 동시에 ‘후효’(風評, 풍평) 불식을 위해 모든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풍평은 풍문이나 소문 등을 의미하는 일본어다.
서울청년기후행동 등도 이날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어민들도 크게 반발하고 주변국도 반대하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오염수 방출을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방사성 오염수를 의도적으로 태평양에 쏟아붓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끔찍한 일”이라며 “방류 결정은 유엔해양법협약에 규정되어 있는 일본의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내에서도 일본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현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단체인 ‘평화와 평등을 지키는 민주주의 행동’(DAPPE)은 전날 JR후쿠시마역 앞에서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본 시민단체인 ‘원자력 규제를 감시하는 시민 모임’과 국제환경운동 단체 ‘에프오이재팬’(FoE Japan) 등은 같은 날 일본 정부에 해양 방출 구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 외에도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24개국의 311개 단체가 해양 방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앞서 한·일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후쿠시마 핵사고 10주년 한일준비위원회’는 전날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 반대 등 요구를 담은 국제 서한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지난 2월부터 총 86개국의 시민 6만4600여명이 서명했다고 탈핵시민행동 측은 전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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