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갔다가 버리려던 재활용쓰레기를 고스란히 다시 들고 돌아왔다. 이미 높게 쌓인 플라스틱 더미에는 바늘 하나 꽂을 틈이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들의 식생활 범위를 집 안으로 묶어버렸고 배달음식은 더 이상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 발생의 원인이 환경파괴에 따른 생태계 교란이라고 하는데 그 코로나는 또다시 환경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남용되던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이 위생과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죄책감 없이 사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1위 국가다. 통계청과 환경부는 2019년 하루 1757t 수준이었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작년에는 같은 기간 대비 무려 13.7% 증가한 1998t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소비조차 비대면 전자상거래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플라스틱 사용량 추세는 더욱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2019년에는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한 압축쓰레기 4000여t이 평택항으로 되돌아와 국제 사회로부터 비판을 받는 부끄러운 사건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자력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을 반증한다.
환경폐기물 처리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왔고 정부도 환경부를 중심으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재활용률을 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의 자발적 동참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도시지역에 비해 농촌지역은 생활폐기물, 영농폐기물 등 쓰레기에 대한 분리수거가 상대적으로 미비해 관리 및 자원화에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도시지역에서는 단 하루만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아도 거리마다 쓰레기봉투가 가득 쌓여 쓰레기 대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농촌지역은 쓰레기 처리비용을 이유로 마을마다 구석구석 쓰레기 수거 차량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태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폐농약용기류의 수거·처리를 위한 예산증액 방안이 현재 국회에서 심의 진행 중이라 한다. 하지만 몇 년째 제자리걸음 행정정책에 농촌지역의 재활용 문제 또한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몇 년 전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빨대가 눅눅해져서 별로다’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카페 매장 내에서는 머그컵을 쓰다가 나갈 때 일회용 컵에 옮겨 담는 ‘이중 사용’이 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오히려 비효율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나마 최근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용기내 챌린지’가 생활 속으로 스며들면서 희망을 주고 있다. ‘용기내 챌린지’란 플라스틱과 비닐 등의 일회용품 포장 없이 음식이나 식재료를 구매하자는 캠페인이다. 음식을 구매할 때 용기(勇氣)를 내서 용기(容器)에 담아온다는 의미다.
어떤 정책과 규제보다도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회용품 소비습관’의 변화가 농촌지역 환경파괴의 가속화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일상 속 일회용품 줄이기’를 지금 나부터 ‘용기’내어 실천해보면 어떨까 한다.
한진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