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중위권팀 맨체스터시티(맨시티)는 UAE의 왕자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에게 2008년 인수된 뒤 매 시즌 천문학적 이적료를 쏟아부어 EPL 최정상권 팀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만수르 구단주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2016년 FC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최정상권으로 이끌었던 펩 과르디올라를 사령탑으로 전격 영입했다. 맨시티가 꿈꾸는 것은 명확했다. EPL이 아닌 유럽 최정상을 노리겠다는 것. 과르디올라 역시 맨시티의 엄청난 재정을 적극 활용해 다시 한번 유럽을 제패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만수르와 과르디올라의 꿈은 쉽게 실현되지 않았다. 매 시즌 UCL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소 꼽혔지만 다크호스들에게 발목을 잡히는 일이 반복됐다. 부임 첫 시즌에는 16강에 그쳤고, 이후 세번은 8강 고비를 넘치 못하며 ‘맨시티가 UCL 징크스에 시달린다’는 달갑지 않은 평가까지 받았다.
이런 맨시티가 마침내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털어냈다. 5일 독일 도르트문트 지그날 이두나파크에서 열린 2020~2021 UCL 8강 2차전에서 도르트문트(독일)을 2-1로 잡아낸 것. 전반 15분 도르트문트의 17세 유망주 주드 벨링엄에게 이날의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10분 리야드 마흐레즈(30)의 페널티킥골과 후반 30분 필 포든(21)의 왼발 슈팅으로 끝내 승리했다.
이로써 맨시티는 7일 1차전 홈경기 2-1 승리에 더해 해 1, 2차전 합계4-2로 4강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015∼2016시즌 이후 5년만의 4강 진출이다.
게다가 이번 4강 진출은 의미가 더욱 크다. 5년 전은 객관적 전력이 다소 밀리는 상황에서 만든 ‘깜짝 4강’의 성격이 강했고, 결국 레알 마드리드에게 4강전에서 패해 도전을 접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부임 이후의 맨시티는 충분히 유럽 정상을 노려볼만한 전력을 꾸준히 갖춰온 상황에서 징크스에 발목을 잡혀왔다. 이제 징크스를 털어낸 만큼 유럽 정상을 진지하게 도전해볼 만하다.
한편, 같은 날 잉글랜드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또 다른 8강 2차전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이 0-0으로 무승부를 거뒀다. 결국,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둔 레알 마드리드가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들은 2015~2016시즌부터 초유의 대회 3연패라는 위업을 쌓은 뒤 앞선 두 시즌은 모두 16강에서 허무하게 발목을 잡혀 탈락했다. 이에 따라 팀이 노쇠화됐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올 시즌은 주전급 선수들의 줄 부상 속에서도 특유의 관록을 보여주며 4강에 진출해 명성을 되살려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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