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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참겠다” 갑질·민폐 주차 폭로 잇따르는데 왜 처벌 못하나

입력 : 2021-04-21 15:00:00 수정 : 2021-04-21 16: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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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내부는 도로교통법상 규정하는 도로 아냐
강병원·서영석 의원 등 도로교통법 개정안 발의…계류중
행정의 적극적 역할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와
경차 전용 구역 2칸 차지한 벤틀리.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 갈무리.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차장에서 두 칸을 차지하거나 경차전용구역에 주차하는 이른바 ‘갑질 주차’와 ‘민폐 주차’ 폭로가 잇따르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차주의 막무가내식 행태에 입주민이나 아파트 관리소가 마땅히 대응하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차주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등은 사유지인만큼 입주민들이 관리 규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갑질 주차…인터넷에서 보던 일이 저희 아파트에도 벌어졌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 한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얼마 전부터 지하 주차장에 벤틀리 한 대가 몰상식한 주차를 해 많은 입주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 차는 단지 입주 세대의 방문 차량으로 등록되지 않은 차량”이라고 지적했다. 이 차주는 아파트 입주민도 아니면서 벤틀리 차량을 아무 데나 세우고, 차량에 주차 경고 스티커가 붙자 경비원들에게 욕설을 내뱉고 고함을 치는 등 언어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17일에는 보배드림에 주차장에서 2칸을 차지해 차량을 세워놓은 뒤 “손대면 죽는다”는 협박성 메모를 남긴 벤츠 차주에 대한 폭로성 글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다.

 

◆“사적 소유지 주차 문제는 형사처벌 대상 아냐”

 

이처럼 공동 주차장에서 입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쳐도 현행 법에서 아파트 내부 주차는 통제 대상이 아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주차금지 장소는 △터널 안 및 다리 위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공사 구역의 양쪽 가장자리로부터 5m 이내인 곳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다중이용업소의 영업장이 속한 건축물로 소방본부장의 요청에 의해 시·도경찰청장이 지정한 곳으로부터 5m 이내인 곳이다.

 

또, 시·도경찰청장이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해 지정한 곳도 주차금지 대상이다.

 

문제는 아파트가 사유지여서 도로교통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통화에서 “주차 문제로 화가 나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아파트 내 주차공간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민폐 주차’를 했다고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며 “관리사무소에서 조치를 해야하고 주민 내부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게시글 작성자에 따르면 이번 인천에서 발생한 주차 문제는 아파트 내부 주민도 아니고 방문 차량으로 등록돼 있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에서 풀 문제는 아니고 공동주택관리법 규정을 근거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6월에도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세워놓은 차량 문제가 공론화된 바 있다. 이에 국회에서도 관련 법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도로교통법 제33조 ‘주차금지의 장소’에 제4호 ‘주차장법’에 따른 부설주차장의 출입구로부터 5m 이내인 곳을 주차금지 장소에 추가했다.  또한, 5m 이내가 아닌 곳이라도 주차장 내의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해 주차구획에 해당하지 않는 곳 또한 주차금지 장소에 추가해 불법주차 차량에 대한 처벌 및 강제조치를 강화했다.

 

지난 2018년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진입로 불법 주차에 주민들이 분노해 해당 차량에 쪽지를 붙여놨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민주당 강병원 의원도 주차장의 출입 및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현저히 방해할 수 있는 곳을 주차금지의 장소로 지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두 법 모두 계류중이다. 이 법들이 통과되더라도 두 개면을 사용하는 이른바 갑질 주차에 대한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통행을 막는 차량주에 대한 처벌만 가능하다.

 

◆“주민간 협의 등 우선이지만 고의 주차 방해는 적극 조치 필요”

 

아파트 내 주차 갈등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공동주택 내 주차 갈등을 통해 살펴본 주차 관련 법령의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여러 법률에서 주차 관련 사항을 규정하지만, 공동주택 등 사적 영역에 설치된 주차장에서의 주차질서 확립이나 입주민의 주차편의를 위한 법제도는 찾기 어렵다”며 “주차행위를 규정한 대표적 법률인 ‘도로교통법’ 상의 도로에 아파트 단지 내부의 이동로나 주차장은 해당되지 않고, ‘주차장법’에도 사적 공간인 공동주택 주차장에 대해 뚜렷한 행위제한 규정은 없다”고 했다.

 

지난 18일 한 누리꾼이 4칸을 사용하고 있는 한 차량의 사진을 공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처벌이나 행정력을 통한 처리 보다는 주민간 협의나 자체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 관리법에서 공동주택 내 층간소음이나 간접흡연에 대해 입주민의 자체적 노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더불어 단순한 주차질서의 문제가 아닌 타인의 주차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행정 조치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적영역에 대한 행정력의 침해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공동주택 내 주차질서는 국민의 일상과 직결되기도 하고, 주민들의 자발적 해결에만 맡겨 두기에는 사회적 갈등의 빈도나 정도가 점차 심각해져 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행정의 역할이나 법적 정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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