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군 당국이 주한미군 훈련을 위한 새로운 대규모 훈련장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지만 대규모 훈련장 예정 부지가 공개될 경우 지역주민과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의 또다른 반발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주한미군 사격장 갈등 관리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완충구역(소음·안전)을 구비한 대규모 훈련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훈련장이 들어설 장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으로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예상 훈련장 부지를 정한 뒤 평가작업 등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의 이런 방침은 그동안 주한미군이 여러차례 훈련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한국군 수뇌부와 잇단 면담에서 아파치 헬기 전투준비태세 유지 입장을 강력 피력하는가하면, 미 조야에도 한국 정부의 비협조로 주한미군 전투력 유지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을 공공연히 표출해왔다.
대체 훈련장은 기존 주한미군 훈련장으로 이용돼온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과 경기 포천 영평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이전 요구 등 민군 갈등이 심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는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으로 피해를 본다며 사격훈련 취소와 사격장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왔다. 영평사격장에서도 연간 300일 가까이 포병, 박격포, 전차, 헬기 등의 사격훈련이 이뤄지면서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해왔다.
이에 국방부는 “2019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수성사격장 내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이 시행됐으나 작년 10월 이후 주변 반대 시위 등으로 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이 중단됐다”며 “지난 2월 8일부터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착수하여 현장 방문과 의견 청취 등 기초 조사를 시행하는 한편 주민지원사업 등을 고려한 중재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평사격장에 대해서도 “작년부터 대책위에서 사격장 폐쇄를 주장하며 사격 반대 시위를 지속하고 있고 그해 5, 6, 12월 주민 시위로 미군의 MLRS(다연장로켓) 사격 훈련이 제한됐다”면서 “한·미 협의로 주민측 요구사항 해소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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