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지속 땐 금리인상 압력 가중
정부 “2분기 일시적인 2%대
물가 안정 위해 지속적 노력”
파 270%, 사과 51.1%, 달걀 36.9%…. 식탁에 놓기 겁날 정도로 가격이 오른 품목들이다.
공급 여건 악화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의 강세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물가라는 기저효과가 겹치면서 4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3% 올랐다.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지난달뿐만 아니라 이달과 다음달까지 2분기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상승했다. 이는 2017년 8월(2.5%)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지난달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은 것은 지난해 4월 물가상승률(0.1%)이 이례적으로 낮았던 기저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지난해 기록적인 장마, 겨울 한파,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등으로 주요 농축산물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이 더해졌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13.1% 뛰며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 농산물은 17.9%, 축산물은 11.3%, 수산물은 0.6% 각각 올랐다. 특히 파, 사과, 달걀 외에도 고춧가루(35.3%), 쌀(13.2%), 돼지고기(10.9%), 국산쇠고기(10.6%) 등의 상승폭이 컸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11월부터 회복세를 보이면서 석유류 가격도 크게 뛰었다. 지난달 휘발유(13.9%)와 경유(15.2%) 등 석유류가 13.4%나 올라 2017년 3월(14.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집세도 1.2% 올라 2017년 12월(1.2%)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세 중 전세는 1.6% 뛰어 2018년 4월(1.7%) 이후 가장 많이 올랐고, 월세는 0.7% 상승해 2014년 10월(0.7%) 이후 6년 반 만에 최대 오름폭을 보였다.
정부는 5월을 비롯한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지속되면서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연간 기준 물가상승률이 2%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저효과가 약해지는 데다 주요 작물의 수확기 도래, 산란계 수 회복, 국제유가 안정 등이 예상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 예상과 달리 향후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금리 인상 압력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상환 부담이 커져 빚이 많은 가계의 살림을 더욱 압박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아직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2분기의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로 확산하지 않도록 물가 안정 노력을 지속해서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축·방출, 수입 확대, 할인쿠폰 행사 등을 통해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수급 조기 안정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유가·곡물 등 원자재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업계 소통·지원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는 한편 시장감시도 병행하기로 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엄형준 기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