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부서도 “中에 기술 뺏길라”
WHO, 中 시노팜 긴급사용 승인
비서구권으로는 처음… 효과 79%
미국이 쏘아올린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논의가 초반부터 꼬이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이 회의적인 데다 미국인들 사이에 중국의 ‘기술 가로채기’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산 백신 시노팜 긴급사용을 승인해 향후 세계 백신 공급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8일(현지시간) “만약 특허권을 그냥 제공하고 품질이 더 통제되지 않는다면 기회보다 위험성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부터 열린 EU 회원국 정상 화상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지재권 보호 면제가 ‘특효약’이라는 생각에는 의문”이라고 했다. 대신 미셸 의장과 EU 회원국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특허 면제보다 미국의 백신 수출 확대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도 백신 지재권 면제를 걱정하는 이가 많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기술이 중국,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앞서 7일 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시노팜 베이징의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사용 목록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비서구권에서 만든 코로나19 백신이 WHO 승인을 받은 건 중국 시노팜이 처음이다. 시노팜의 예방 효과는 79%로 화이자(95%)나 모더나(94.5%) 등 서방 백신보다는 낮다.
시노팜은 현재 중국 외에 헝가리, 이란, 이집트, 파키스탄 등 40여 개국에서 접종 중이다. WHO 승인에 따라 시노팜은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 코백스를 통해 전 세계로 배분될 수 있어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중국의 현 백신 생산 역량으로 자국민 접종용 말고 외국 제공용 물량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시각도 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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