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이 주도한 극좌 사회주의운동이다. ‘10년동란’(十年動亂)이라고도 불릴 만큼 광기의 시대였다. “옛것은 모조리 숙청하라. 문화, 교육, 정치, 가족 등 모든 것을.” 과격 공산주의 사상에 물든 10∼20대 홍위병들이 부유층·지식인 가릴 것 없이 숙청했다. 어떤 의미에선 혁명이겠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967∼68년 마이너스 5.7%, 4.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1970년대 초중반에 성장률이 다시 2.3%로 내려앉는 등 냉온탕을 오갔다. 좌우 이념내전이 사회와 나라를 얼마나 혼란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순항하던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44년 만이다. 그런 중국에서 최근 부유층을 중심으로 보복소비가 분출하면서 경제회복에 단비가 되고 있다. 보복소비. 질병·재난 등 외부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걸 의미한다. 엄밀히 말하면 ‘펜트업 효과(Pent-up effect)’라는 경제 용어에 ‘소비’ 개념을 더한 말이자, ‘합리적 소비’와 반대개념이다.
굳이 ‘보복’이라는 섬뜩한 표현이 들어간 게 의아하다. ‘한번 당해봐라’는 심정으로 배우자에게 복수하려고 흥청망청 써대는 의미라는 설도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백신 선진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판매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람보르기니·벤틀리 등 슈퍼카는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소비가 살아나면서 미 상무부는 올 성장률 전망치를 6.4%로 발표했다. 뉴욕 연준 총재는 사흘 뒤 전망치를 7%로 높였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보인다. 최근 문을 연 백화점은 열흘 만에 20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저축률은 IMF 이후 가장 높은 10%대를 유지하고 있고, 감염병 확산에 대한 소비 민감도가 약해져 소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기회복엔 긍정적이지만, 미국과 달리 백신접종이 더딘 지금 2차 팬데믹 우려도 상존한다. 11월 ‘집단면역’ 달성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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