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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전문가’ 이양희 교수 “아세안 특사 빨리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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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17 10:01:00 수정 : 2021-05-17 10: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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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미얀마독립조사메커니즘’ 설립 주도
2011년 이후 군부 만행 조사, 증거 수집
“미얀마 내 반중 감정, 오래전부터 존재
한국 정부, 미얀마 청년·기자들 데려오길”
지난 5월15일(현지시간) 미얀마 다웨이에서 시민들이 반쿠데타 시위를 벌이며 행진하고 있다. 다웨이 워치 제공, 다웨이=AFP연합뉴스

미얀마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합의문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마는 걸까. 지난달 24일 합의문이 나온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어느 것 하나 이행된 건 없다. 첫 항에 명시된 ‘폭력 즉각 중단’은 군경의 폭력이 이어지며 무위로 돌아갔다.

 

이와 관련해 이양희(64) 성균관대 교수(아동·청소년학)는 “아세안 자체가 힘이 없고 내정 불간섭이 원칙이지만 5개 합의점이 나온 건 (사태 해결을 위한) 시발점이라 평가하고 싶다”며 “후속 조치로 아세안 특사를 미얀마에 빨리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아세안 합의문에) 구금자 석방에 대한 내용이 빠진 건 가장 큰 오류”라며 “윈 민 대통령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데 그런 분들은 이제 좀 풀어 줘도 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4∼2020년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을 지낸 이 교수는 국내외를 통틀어 손꼽히는 미얀마 전문가다. 올해 2월 군부 쿠데타 직후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유엔 로힝야 사태 진상조사단장, 크리스토퍼 시도티 전 단원과 ‘미얀마 특별자문위원회(SAC-M)’를 꾸려 운영 중이다. 위원회는 미얀마 민주 진영과 소수 민족들의 국민통합정부(NUG) 탄생에 기여했다. NUG는 물론 외국 정부나 단체들에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미얀마 특별보고관 임기가 끝나면서 불안하더라고요. 제가 유엔 인권이사회에 마지막으로 한 보고도 밝지가 않았어요. 진상조사단 사람들과는 오래전부터 알고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 떠나기 전에 뭔가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이 모아졌는데, 코로나19가 창궐해서 접었어요.

 

쿠데타가 난 뒤 셋이 메신저로 얘기하며 거의 7일간 24시간 모니터링을 했어요. 미얀마를 민주화 궤도로 돌려놓으려면 우리가 뭔가 좀 해야겠다 싶어, 홈페이지부터 만들고 무모하게 시작했죠. 우리 셋이 합쳐서 미얀마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많습니다. 그니까 (교수란) 직업은 못 속여요(웃음). (미얀마를) 연구해 축적된 게 꽤 있어서 그걸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이양희 전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 서상배 선임기자

이 교수는 유엔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유엔 일을 한 17년을 했다”고 설명했다. 2007∼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유엔아동권리협약 ‘개인청원절차에 관한 선택의정서(제3선택의정서)’ 채택에 기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 의정서는 제1·2선택의정서에 구체화된 아동 권리를 침해한 경우 아동의 직접적인 개인 청원을 인정하고 그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미얀마와 관련해선 로힝야 진상조사단과 미얀마독립조사메커니즘(IIMM·Independent Investigative Mechanism for Myanmar) 설립을 주도했다. 2018년 설립돼 이듬해 활동을 시작한 IIMM은 미얀마 내 국제범죄와 국제법 위반 증거를 수집해 형사 기소를 위한 파일을 준비한다.

 

“IIMM은 2011년 이후의 미얀마 군부 만행을 조사할 수 있는 메커니즘입니다. 지금 사태도 볼 수 있고, 기한이 없어요.

 

(설립 추진 당시) 이게 가능하냐 했는데, 제가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유엔 결의안을 이끌어 내고 채택됐어요. 처음 2년간 예산을 2900만달러로 짜 봤더니 유엔 총회에서 100만달러만 빼고 2800만달러(약 316억5960만원)를 줬습니다. 62개 직무 기술서도 제가 다 작성했죠.”

 

이 교수는 “언젠가 국제형사재판소(ICC)로 가든 특별재판소를 만들든 IIMM의 조사 기록을 가지고 기소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미얀마 내 반중 감정, 쿠데타 중국 배후설을 두곤 “그런 얘기가 돌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쿠데타 직전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얀마를 방문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났거든요. 흘라잉이 중국에 쿠데타 얘기를 하지 않을 순 없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미얀마에 중국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중국이 천연자원을 많이 가져가니까요. 중국은 미얀마와 접경 지역이기도 하지만 근래 와서는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천연가스 같은 경제적 면에서 미얀마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그는 지난달 발생한 양곤의 중국 봉제 공장 화재 사건에 대해선 “근로자들이 (방화를) 한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근로자들은 다른 곳에 격리돼 있었고요. 목격자들에 따르면 군부가 불을 지르고 소방차들이 (공장에) 들어가는 걸 막았대요. 봉제 공장 근로자들은 여성이에요. 일당은 1500∼2000원이 안 되고, 근무 여건도 열악합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에 자기 밥그릇을 걷어차는 사람은 없어요. 근로자들이 공장에 불을 질렀다는 얘기는 조사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교수는 우리 정부에 대해선 군부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미얀마 청년과 기자들을 좀 많이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한국에 미얀마 유학생이 한 3000명 있어요.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한국어시험을 봐야 하잖아요. 그걸 좀 완화해 줬으면 좋겠어요. 유학생들은 장학금을 받고 오기도 하지만 미얀마와 무역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대요. 또 미얀마인들이 한 3만명 살아요. 돈을 벌어 미얀마에 송금해야 하는데 그게 다 차단돼 있습니다. 이들의 생계를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도 민주주의를 참 어렵게 얻었잖아요. 현지 기자들이 도피 생활을 하고 있어요. 이 사람들을 얼마 동안 데리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일할 수 있거든요. 매체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숨어서 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겁니다.”

 

미얀마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기자 약 50명이 군부에 구금돼 있다. 기자 민 니오(51)는 반쿠데타 시위 현장을 취재하다 공공질서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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