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열린 정책의총에서 공시가격 6억∼9억원 주택의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감면해주는 내용의 1주택자 재산세 완화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종합부동산세를 공시가 상위 2%에만 부과하는 방안을 올렸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4·7 재보선 참패 이후 “부동산 죽비를 맞았다”며 법석을 떤 것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결과다. 전국 44만가구의 재산세를 찔끔 내려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집값이 오른다고 소득이 늘어날 리도 없다. 지난해 서울에서 주택분 재산세 분납 신청건수는 1478건에 달했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세부담이 커지자 세금을 쪼개 내는 가구들이 급증하는 것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는 데 맞춰 세금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게 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부동산특위의 주택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이 공급에 방점을 둔 건 다행이다.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철폐의 경우 ‘건설임대’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매입임대’는 신규등록을 폐지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다주택자의 조기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이전 등록한 기존 사업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등록 말소 후 6개월간만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 정책을 뒤집는다는 비판이 거센 데다 임대사업자가 전·월세를 올려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난제다.
기존 ‘2·4대책’에 이어 청년·신혼부부 주택 1만호를 공급하고,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건 공급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만하다. 하지만 의총에서는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종부세 문제도 과세 기준 12억원 상향, 부과대상자 2% 한정, 현행유지·과세이연 등 3가지 안을 놓고 격론을 벌이다가 특위 자체안만 내놓는 데 그쳤다.
양도세·종부세의 경우 공론화와 당정 협의를 거친 뒤 ‘현행 유지’ 또는 ‘대안 마련’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당내 강경파는 여전히 세금 완화를 ‘부자 감세’로 몰아가고 있다.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말로는 반성을 외치지만 당내 정파 간 힘겨루기로 인한 ‘부동산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지층만 의식하는 거대 여당의 일그러진 민낯이다. 징벌적 세제를 전반적으로 개편하고, 민간 주도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그러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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