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인 당 대표가 될 사람, 그래서 야권 대선 주자 통합과 단일 후보 선출, 정권교체를 성공시킬 사람.”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사진) 후보는 2일 자신이 당 대표로 꼭 선출돼야 하는 이유를 이 같이 요약했다. 나 후보의 선거운동 일정상 전화로 진행된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차기 당 대표의 여러 가지 어려운 숙제를 하나 하나 제대로 풀어갈 사람이 누구인지 당원과 국민들께서 전략적으로 판단을 잘 내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이준석 후보에 이어 2위로 통과한 나 후보는 ‘돌풍’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 후보를 겨냥해 “안타깝다”, “분열과 혐오를 조장한다”는 등의 날선 표현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세대교체’가 아닌, ‘정권교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갔다.
-당 대표 출마를 결심한 이유나 계기가 있다면.
“사실 마지막까지 출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늘 당을 지키며 정치인생을 살아온 저로선 야권 단일 대선 후보 선출과 이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중차대한 숙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야권 대통합을 이루고 단 한 명의 야권 대선 주자라도 모시기 위해 우리 당의 문을 활짝 열고, 더 큰 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당 대표는 그만큼 노련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선공후사의 마음으로 당을 위해 제가 꼭 해야만 할 일이 있다고 판단했다.”
-예비경선 당원 투표에서는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는데.
“예비경선 결과만 두고 당심이 제게 모였다고 보진 않는다. 오히려 우리 당의 변화와 쇄신에 대한 요구가 정말 높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당원이 지지를 보내주신 건 정치를 오래해 왔지만 늘 변함없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원들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높이 사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당에 헌신해온 자세와 그동안 쌓아온 경륜과 정치력으로 안정적이고 공정한 당 운영을 기대하는 당원들께서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점 대단히 감사드리며 정권교체의 자양분이 되겠다.”
-‘이준석 돌풍’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신지.
“새로운 세대가 많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며 우리 당에 활력을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당의 혁신과 개혁, 정치권의 변화를 이준석 후보를 비롯한 청년 정치인들과 김웅, 김은혜 의원 같은 초선 의원들이 주도해 나간다면 당이 국민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권교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맡을 당 대표의 역할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고 본다. 범야권 대통합을 이루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선 무게감과 안정감이 있고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중립적인 대표가 필요하지 않겠나.”
-당 대표 경선에서 이런 현상 나타날 거라고 예상했나.
“제가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시점은 이준석 후보가 저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더 잘 나온 다음이었다. 이게 만만치 않은 ‘의도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데, 잘못하면 오히려 우리 당이 시대를 역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바람을 잘 담아보고자 출마했다. 결국은 (우리 당을 향해) ‘바꾸라’는 요구가 많은 건데, 잘 바꿔야 하잖아. 방향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변화는 단순한 생물학적 연령의 변화(세대교체)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시대 변화를 잘 담아달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잘 바꾸고자’ 나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이준석 대 나경원·주호영’ 구도로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준석 바람(風)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우리 당에 대한 쇄신과 변화 요구가 그리로 다 모아진 것. 아무래도 (예비경선) 1, 2위 후보다 보니 저와 이 후보 간 대결 구도를 많이 쓰는 것 같다. 이제는 ‘바람의 시간’이 가고 ‘이성의 시간’이 왔다. 예비경선까지가 세대교체의 흐름을 탄 분위기의 시간이었다면 이제 남은 기간은 정권교체를 위한 합리적 판단의 시간이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후보와의 대결 구도가 오히려 (국민과 당원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당권 경쟁자들과 두 차례 TV 토론을 했는데, 소감은?
“TV 토론을 통해 이 시기에 필요한 리더십이 어떤 리더십인지 국민들께서 아시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야권 단일후보를 만드는 것. 국민들이 아무리 정권교체를 원해도 후보가 분열되면 어렵다. 안정적이고 공정한 선거 관리가 이번 당 대표에게 특히 중요할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한 요구가 커졌을 거라고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제가 당 대표를 해야하는 이유가 더 확실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준석 후보가 ‘유승민계’로 분류된다는 계파 논쟁에 불을 지폈는데.
“저는 늘 우리 당에 지긋지긋한 계파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당내에서도 가장 계파색이 옅은 정치인으로 인정받아 왔다. 이런 소신에 따라 분명한 실체가 있는 사실을 언급하고, 당 대표로서 대선 경선 관리를 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을까라고 지적한 것인데 오히려 제가 ‘친박(親박근혜)계의 지원을 받는다’며 역으로 공격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확실한 건 우리 당에 친박계니 친이(親이명박)계니 하는 계파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지난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특정 세력이 이준석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 한 목소리를 내며 여론과 당심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특정 대권 주자와 밀접히 연결되는 분들이다. 이런 움직임은 분명 계파주의와 결별을 선언한 당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연이틀 이준석 후보가 ‘혐오의 정치’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제가 무슨 말만 꺼냈다 하면 도리어 실언이니, 구태니, 탐욕이니 하며 공격하는데 이 후보가 젠더 갈등으로 유명해진 건 엄연한 사실 아니겠나. 더욱이 ‘20·30대 남성의 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백인 하층 노동자의 분노에 비유한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는데,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곡해해 프레임을 짜서 공격하는 모습부터가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준석 후보와 할당제를 놓고도 이견을 드러냈는데.
“토론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또 다른 당권 경쟁자였던) 김웅 후보도 젊은 분이지만 그가 언급한 가치나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동의가 됐다. 공동체 자유주의 등을 얘기했잖아. 그런데 이준석 후보의 ‘무한경쟁주의’에 대해서는 주호영 후보도 실력주의, 엘리트주의라고 비판했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다. 청년 등에 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건 그래서다. 이 후보의 지나친 엘리트주의가 우리 당이 가야 할 길을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전당대회 키워드로 ‘용광로’를 꼽았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최상의 시나리오는 ‘다같이 뛰는 경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당 대 당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써 더욱 열린 자세를 취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 대표가 된다면 야권 통합 경선열차 출발일은 추석 이후로 늦추고, 당장 ‘범야권 대통합 위원회’를 출범할 것.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 준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범야권을 하나의 빅텐트로 모으는 역할을 하겠다. 이 플랫폼 안에서 구체적인 일정과 경선룰을 모든 후보들과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운동장 안에서 모든 후보가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관리하겠다.”
-일각에선 이념 성향이 오른쪽으로 너무 치우쳤다고 지적하는데.
“잘 이해가 안 된다. 저는 보수의 정체성은 확실하다. 원칙 있는 보수라는 얘기엔 동의하지만 제가 우측으로 너무 치우쳤다는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저는 실질적으로 포퓰리즘을 배격했지, 우리 당이 그동안 잘 챙기지 못했던 장애인 인권, 환경 문제 등의 가치들을 줄곧 챙겨왔다. 이념 성향에 대한 지적은 일종의 프레임으로 보인다.”
-중진 후보들 간 단일화 가능성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단일화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거나 논의된 바가 없다.”
-현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당원을 존중하지 않고 소수가 당을 좌지우지하는 구태를 이어왔다. 저는 당원 중심의 정당문화를 세우는 게 우리 당 혁신의 기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당원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당원의 민심을 실시간으로 조사하고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당원의 의사대로 결정하도록 하겠다. 또, 우리 당의 구태 중 하나인 계파정치와 그 정점에 있는 공천 전횡을 해결해야 한다. 공천심사 생중계로 모든 공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밀실 공천, 계파 줄세우기 등을 원천 차단하겠다.”
-코로나19 때문에 전당대회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전처럼 당원들을 직접 많이 못 만나니까 아쉬움이 많다. 당원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직접 소통할 기회가 많이 줄어서 안타깝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소통을 해야 하는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온라인으로 하는 소통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서 아쉽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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