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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에일리도 반한 대지예술의 걸작, 강릉 하슬라 아트월드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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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5 08:00:00 수정 : 2021-06-08 15: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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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옆 미술관···대지예술과 ‘썸’타다

최옥영·박신정 조각가 부부 거대한 대지 캔버스 삼아 톡특한 설치 작품들 곳곳에 전시

강렬한 RED·얽히고 설킨 ‘시간의 끈’·돌벽 포토존·파도의 길 SNS 인증샷 성지로 인기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파도의 길’

 

“내 거 될 것 같아 너/한눈에 알아봤어 난/자꾸 아른아른하니 왜/언제 고백할까 싶은데/결정 못 하는 네가 딱해 좋아해 좋아해 말을 해봐/Don’t waste my time/Baby Make up your mind ♩♬~”

 

멋진 검정 가죽점퍼를 차려입은 남녀가 오토바이를 타고 바닷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언덕. 은색 쇠파이프가 마치 파도처럼 춤추는 난간에서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꼭 붙잡고 바다 쪽으로 확 밀며 겁을 준다. 여자는 깜짝 놀라는 척하면서도 싫은 표정이 아니다. 바다를 향해 둥근 창이 뚫린 돌벽에서 여자는 모델처럼 포즈를 잡고 남자는 휴대전화로 여자를 찍으며 ‘썸타는’ 여자 모습에 반한다. 유니크한 공간이 돋보이는 영상은 인기가수 에일리의 새 앨범 러빈(LOVIN)의 타이틀곡 ‘Make up your mind’ 뮤직비디오. 달달한 영상 속 장면처럼 강릉 하슬라아트월드와 ‘썸타러’ 떠난다.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전경

#가수 에일리도 반한 대지예술의 걸작

 

지난 7일 인기가수 에일리의 새 노래가 공개되자 곧바로 멜론, 벅스, 지니뮤직 등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에일리가 직접 참여한 가사는 ‘썸타는’ 단계에서 고백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연인에게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고백하라는 내용.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로건 리’ 역을 맡아 유창한 본토발음 영어로 눈길을 끈 배우 박은석과 에일리의 핑크빛 케미가 돋보이는 뮤비 속 배경은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하슬라아트월드다. ‘하슬라’는 고구려시대에 불리던 강릉의 옛 지명. 설치예술가 최옥영·하신정 작가 부부가 2003년 문을 연 하슬라아트월드는 거대한 대지를 캔버스 삼아 수십년 동안 다듬은 독특한 설치 작품들을 전시한다. 강원 영월의 핫플레이스로 뜬 ‘젊은달 와이파크’도 그들의 작품이다.

아비지 갤러리

 

아비지 특별갤러리를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여행이 시작된다. 수직으로 세운 피아노 위에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얹혔고 아주 푹신해 보이는 가죽소파에 앉아보니 딱딱한 쇳덩어리다. 수많은 스테이플러 침을 박아 만든 거대한 하마도 눈길을 끈다. 경주 황룡사 9층 목탑을 지은 백제 천재 건축가이자 조각가 아비지의 이름을 딴 특별갤러리는 이런 이색 소장 작품들로 가득해 눈 돌리기 바쁘다.

레드
시간의 끈

키네틱 아트작품으로 꾸민 1관 아트숍 ‘20‘s Cen’에 들어서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불타는 듯 강렬한 붉은색 노끈을 기하학적으로 천장에서 바닥으로 이어 환상의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지난해 9월 설치된 최 작가의 작품 RED다. 높이 6m, 폭 5m의 복잡한 네모 형태 공간 두 곳에 길이 10m로 설치해 관람객들이 그냥 지나치던 복도를 오래 머물게 되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설치미술 공간인 2관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다양한 색의 끈들을 촘촘하게 그물처럼 엮어 놓았다. 지난해 9월 공개된 박 작가와 최정윤 작가의 ‘시간의 끈’. 마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얽히고설키며 매듭을 만들어가는 우리 인생을 닮았다.

피노키오
팅커벨

피노키오 & 마리오네트 박물관에 들어서자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 속 세상이 가득 펼쳐진다. 생김새와 크기가 매우 다양한 피노키오가 전시됐고 발자국이 표시된 곳에 멈춰서면 로봇 마리오네트가 센서를 감지해 저절로 움직인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인형 곁을 떠날 줄 모른다. 압권은 팅커벨. 손가락의 작은 관절 하나까지 정교하게 움직여 곧 살아서 날아오를 것 같다. 피노키오관 입구 체험학습실에는 여자아이 둘이 누가 잘하나 내기하며 인형을 예쁘게 색칠하는 중이다. 피노키오 마리오네트 공예, 나만의 오르골 색칠하기, 초콜릿 만들기, 핸드드립 커피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 가족나들이 하기도 좋아 보인다.

파도의 길
파도의 길

#바다에 녹아들며 자연과 하나 된 파도의 길

 

피노키오 박물관을 나서면 드디어 에일리 뮤비에 등장하는 ‘파도의 길’이다. 지난해 말 공개된 이곳은 바다를 즐기는 전망대 난간을 따라 은색 쇠파이프를 엮었는데 마치 거대한 파도가 눈앞에서 포말을 일으키며 솟구치는 듯하다. 배경인 등명해변 바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환상의 조화를 이루며 자연 속에 잘 녹아있다.

돌벽.
하슬라아트월드 전망대

왼쪽에는 관람객들의 줄이 아주 길다. 바로 하슬라아트월드에서 가장 유명한 돌벽 포토존. 바다를 향해 둥근 창을 냈는데 연인들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어 역광으로 푸른 바다와 어두운 피사체가 담기는 독특한 장면을 얻을 수 있다. 연인들이 뮤비 속 주인공들처럼 마음에 드는 샷을 얻을 때까지 다양한 포즈를 시도하는 곳이라 주말에는 아주 오래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오전 10시 전에 가야 기다리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 등장하는 아찔한 난간 전망대도 포토존이다. 두 팔을 활짝 펴고 서면 마치 바다 위를 나는 듯하다.

오션뷰 포토존
소나무정원

10만9000㎡ 규모의 넓은 조각공원에도 눈이 호강하는 작품이 넘친다. 사실 하슬라아트월드 전체가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최 작가가 직접 포클레인을 몰고 전체 대지를 캔버스 삼아 그림 그리듯 길을 냈다니 그는 큰 계획이 있었던 모양이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소나무정원 벤치에 앉자 푸른 바다와 소나무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일어나기 싫어진다.

조각공원
시간의 광장

해시계 광장을 지나 시간의 광장으로 들어서면 하슬라아트월드의 하이라이트. 거대한 쇠꼬챙이 위로 옷깃을 휘날리며 거꾸로 떨어지는 남자. 바다를 배경으로 근육질의 몸매를 드러내며 눈을 감고 강릉의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흡입하는 나체의 남성 조각, 데칼코마니처럼 서로를 투영하며 위아래로 매달린 두 대의 자전거가 나란히 어우러지며 설치예술의 정점을 찍는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
거대한 두뇌

바다정원에 조성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은 바다를 품어 더욱 풍요롭다. 사람 머리 모양의 ‘거대한 두뇌’ 속으로 들어가면 식물 사이에 조각 작품이 놓인 실내 예술정원으로 이어진다. 張레스토랑과 바다카페에서는 커다란 창을 통해 바다를 감상하며 커피, 피자, 와인을 즐길 수 있고 객실을 온통 예쁜 예술작품으로 꾸민 뮤지엄호텔에서 하룻밤 묵으면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다.

 

등명낙가사 포대화상
등명낙가사 대웅전

#등명루 오르니 파도소리 바람소리뿐

 

하슬라아트월드 바로 근처에 천년 고찰 등명낙가사도 꼭 들러봐야 한다. 절 입구에는 어려운 중생들을 돌봐주던 중국 오대시대 후량의 고승 포대화상이 거대한 배를 내밀며 동자승들을 품에 안고 활짝 웃으며 여행자를 반긴다. 지천으로 핀 샤스타 데이지꽃을 즐기며 언덕을 오르면 괘방산 품에 안긴 고즈넉한 대웅전의 낡은 문짝이 세월을 얘기한다. 대웅전 앞을 지키는 커다란 배롱나무가 아주 운치 있다. 8월쯤이면 넋을 잃게 만드는 화려한 붉은 꽃으로 뒤덮이겠지.

오층석탑
등명루

신라 시대 자장율사가 부처의 사리를 석탑 3기에 모시고 절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데 약사전 앞에 오층석탑이 남아있다. 등명낙가사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공간은 푸른바다가 펼쳐지는 풍경을 맘껏 즐기는 등명루. 신발을 벗고 누각에 올라 눈을 감는다. 시원한 바람이 파도소리와 숲의 소리를 귓가에 전해주며 등줄기 땀을 식혀 번잡한 마음의 쉼표를 찍는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허난설헌 생가터 초당동 고택

경포호로 길을 잡아 초당동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으로 향한다.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은 시대를 잘못 만나 맘껏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눈 감은 비운의 천재. 그의 시는 명나라 시인 주지번이 중국에서 ‘난설헌집’을 간행하면서 격찬을 받았다. 공원으로 들어서자 꽃송이가 큼직한 붉은 작약이 화려하게 피어 마음을 흔든다. 허난설헌 생가터로 알려진 초당동 고택은 1912년 지어졌다. 한국 전통 정원의 형태가 잘 보존돼 있고 고택을 둘러싼 금강송 군락 덕분에 한옥의 멋을 더한다. 

 

강릉=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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