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무력 시위와 외교전 등을 통해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G7(주요 7개국) 등의 대만 언급에 대한 불만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공중 무력 시위를 벌였다. 또 미국 등 서방과 대척점에 있는 나라 등과 함께 맞대응에 나서는 등 세를 과시했다.
16일 로이터와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전날 총 28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가 작년 중국 군용기의 접근 상황을 일반에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무력 시위에는 J-16 전투기 14대, J-11 전투기 6대, H-6 폭격기 4대, KJ-500 조기경보기 2대, Y-8 전자전기 1대, Y-8 대잠기 1대가 동원됐다.
중국 군용기들은 대만 섬을 포위하고 남쪽의 지원 병력을 차단하는 훈련을 하듯이 남쪽에서 반 바퀴 돈 뒤 기수를 돌려 왔던 경로로 돌아갔다.
중국은 대만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가까워질 때마다 대만 인근 해상과 공중에서 고강도 무력 시위를 벌이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하나의 중국’을 고수하며 다른 나라들이 대만 이슈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한다.
G7 정상들이 최근 정상회의 공동성명(코뮈니케)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양안 이슈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등이 나서서 반발한 데 이어, 군용기를 출격시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중국은 또 국제 사회에서 우호 세력들과 함께 미국 동맹에 대응하는 전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이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등과 협력을 통해 중국 포위에 나서자 중국은 미국을 겨냥해 만든 상하이협력기구(SCO)를 내세워 맞대응에 나섰다.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SCO의 날’ 행사에 참석해 회원국 간 협력과 상생을 강조했다. SCO의 회원국은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날 행사는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와 SCO 사무처가 공동 주최했으며 SCO 사무총장과 SCO 회원국, 옵서버국의 중국 주재 사절들이 총출동해 중국의 대외적 위상을 과시했다.
SCO는 전 세계 인구의 44%에 달하는 인구 31억명의 거대 지역협의체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달하며 핵보유국만도 4개국에 이른다.
왕이 부장은 이날 행사에서 SCO 창립 20주년을 축하하면서 “SCO는 상호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지지하며 외부의 간섭에 맞서 긴밀히 협조해왔다”며 “중국은 SCO를 외교 우선순위로 삼아왔고, SCO 회원국들이 운명공동체, 협력 상생, 글로벌 안정을 위해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도 SCO 창립 20주년과 관련해 “SCO는 다자주의의 모범”이라고 치켜세운 뒤 “회원국들이 제3자를 겨냥하지 않고 중대한 국제 및 역내 문제에 대해 밀접히 소통과 조율을 하고 중대 관심사를 서로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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