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죄로 기소됐던 40대 남성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A(44)씨는 갑작스레 찾아온 뱃속 신호에 다급함을 느끼고 대전 서구의 한 건물에 들어섰다.
화장실을 찾아 볼일을 해결한 그는 한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알고 보니 자신이 앉아있는 곳이 여자화장실이었던 것.
빠져나갈 타이밍을 찾기 위해 용변 칸 아래 틈으로 밖을 주시하던 A씨는 세면대에서 손을 닦던 여성과 눈이 마주쳤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힌 뒤 법정에 서게 됐다.
A씨는 용변이 급한 나머지 일어난 일이라면서 결코 성적인 목적으로 침입한 것이 아니라 주장, 반면 그를 신고한 여성은 장애인 용변칸에 들어가려 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으며 안쪽에서 인기척을 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옆 칸에서 용변을 보고 나와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중 거울에서 무언가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이길래 고개를 돌리니 A씨가 자신을 용변 칸 아래에서 쳐다보고 있었고, 성범죄라는 생각이 들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1심 법원은 양측 진술과 건물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살핀 뒤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화장실에 침입하였음’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하지만, 진술과 폐쇄회로(CC)TV 영상만으로는 이를 증명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의하면 A씨가 여자화장실에 6분가량 머문 것은 사실이나, 옆 칸이 아닌 세면대 쪽을 응시하다 발각된 것으로 보아 성적 욕망 충족이라기보다는 밖으로 나갈 기회를 엿본 것이라 판단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11년에도 여자화장실에 침입한 혐의로 주거침입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받은 전적이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전과만으로 이번 사건에 범행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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