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출입금지’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붙은 공고문이다. 이 빌딩의 4~6층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일로 “동성애자 출입 등 신고 때문에 폐쇄한다”는 경고문이 붙었고, 성소수자 차별 논란이 일었다.
해당 건물의 인근에는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탑골공원, 종묘, 청계천 등이 있다. 또 내부에 콜라텍·노래방·당구장 등 유흥업소와 학원이 있는 대형 건물이다.
이 건물에는 무슨 일이 있던 걸까.
해당 건물 관리단이 머니투데이에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 건물 지하 4~6층에 있는 지하주차장을 방문하는 고객들로부터 "성소수자들이 성관계를 갖고 있다"는 민원이 급격하게 늘었다.
특히 이 건물 지하의 계단과 엘리베이터 옆의 화장실 등에서 동성 간의 성관계가 이뤄지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고.
건물 관리단의 김모 과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껏 관리단에 접수된 성소수자 관련 민원을 합치면 수백건이 넘는다”며 “손님들 민원도 민원이지만 화장실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어서 근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절대 성적 지향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범법행위를 막자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건물 측은 최근 계단의 조명을 센서등에서 상시 켜져 있는 등으로 교체하고 화장실 폐쇄 이외에도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인근 지구대에 즉각 신고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성소수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맞지만 공공장소에서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막지 못해 손님들이 피해를 입게 만드는 건물이라는 오명은 피하고 싶다”며 공고문 철거 계획은 없음을 피력했다.
하지만 건물 측의 입장이 그러하더라고 성소수자의 출입을 막는 행위 자체가 자칫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해당 건물의 방침이 논란이 된 가운데 네티즌들은 “성소수자라고 지칭한 것 자체가 차별이다”, “성소수자만 그런 게 아닐텐데”, “성소수자가 아니라 음란행위 때문이라고 하는 게 맞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변호사는 “성소수자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공공장소에서 성관계를 하는 것은 공연음란죄”라며 “해당 행위에 대한 민원을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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