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박원순 때부터 한시운영 방침
두 번 연장… 광장공사로 불가피”
유족 “이전 뒤 재설치 논의해야”
市 물품 정리 요구에 불응 ‘버티기’
송영길 방문 “보존 가치… 논의할 것”
서울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이하 기억공간) 철거 여부를 놓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측과 서울시가 타협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특정 구조물을 조성하는 것은 새롭게 탄생할 광장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인 반면 유족 측은 “대안 마련 없는 철거는 안 된다”며 현장 농성을 이어갔다.
서울시는 당초 기억공간 철거시한으로 밝힌 26일 입장문을 통해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며 “전임 (박원순) 시장 때부터 구상된 계획이고, 앞으로도 그 계획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지연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이달 중에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해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는 애초 2019년 4월12일 개관 때부터 예고됐던 바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일정을 고려해 그해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합의했고 이후 재구조화 사업 일정이 지연되면서 기억공간 운영도 2020년 12월31일, 2021년 4월18일까지로 두 차례 재연장됐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공사 진도에 맞춰 7월 중에는 해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달 8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에 공문 형태로 기억공간 철거 예정 사실을 통보했다. 또 25일까지 기억공간에 있는 사진과 물품 등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담당 과장이 두 차례 기억공간을 방문해 철거 협조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기억공간을 방문한 뒤 강제철거 가능성과 관련해 “이해와 설득을 통해 최대한 철거하려고 한다. 현재는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세월호 유족 측은 박 전 시장 재직 시절 광화문광장 공사 기간 기억공간을 이전했다가 재설치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기억공간 보존 문제 논의를 위한 서울시-유가족 협의체 또는 태스크포스(TF) 구성이 필요하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최현국 4·16연대 운영위원장은 “기억공간은 유가족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세월호에 대해 기억하고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서울시가 철거 포기 선언을 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광장 인근에선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를 진행한 이모(60)씨는 “서울시가 이러는 건 우리 사회가 세월호를 잊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재난 위험을 상기하는 차원에서라도 기억공간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성향 유튜버 10여명은 기억공간 철거를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박주민·이용선 의원,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 등 여당 관계자 6명은 기억공간을 방문해 유족 측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송 대표는 “기억공간은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고, 서울시를 위해서도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며 “김인호 시의회 의장이 오세훈 시장을 만나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현찬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이날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를 위한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