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서울 내 집회 금지율 5000배 이상 증가”
지자체장에게 부여되는 감염병예방법 문제도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서울 내에서 집회 금지율이 예년 대비 5천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감과 무관하게 집회 금지 조치가 이뤄지고, 집회는 금지하면서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는 허용하는 등 명확한 기준 없이 정부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무조건 집회를 금지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좀 더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활동가들은 지적했다.
다산인권센터·인권운동사랑방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로 구성된 공권력감시팀은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찰청 정보공개청구로 얻어낸 서울 집회 신고건수와 개최횟수, 금지통고 건수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권력감시팀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에는 서울에서 집회가 각각 2만9592건, 3만6551건 신고됐으나 금지통고는 모두 1건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0.002∼0.003%다.
코로나 이후인 지난해에는 서울 내에서 신고된 집회 건수가 3만4944건으로 비슷했으나 금지통고 건수는 대폭 늘어나 3865건이었다. 금지율은 11.06%로, 전년도와 비교하면 5530배로 증가한 셈이다.
공권력감시팀은 집회와 방역수준이 일치하지 않고 자의적인 행정명령이 내려지거나 집회에만 한 단계 높은 방역 조치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시의 집회금지 조치는 확진자 증감에 따라 조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시 코로나 확진자는 광복절 집회가 열렸던 8월15일 이후부터 증가했고 9월 이후 감소했다가 11월부터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집회 금지통고 건수는 2월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증가했고 집회금지율은 8월까지 계속 상승했다.
활동가들은 아울러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부여하는 현행 감염병예방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한희 변호사는 “얼마나 금지해야 하는 건지, 기간은 얼마인지 기준이 없어서 무기한 집회 금지가 가능해진다”며 “사법부와 입법부는 자의적 행정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또 집회 금지 행정명령이 주최자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공권력감시팀은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민분향소에 대해 “시민들의 집회는 금지하면서 서울시가 직접 대규모 제례 행사를 개최한 것은 결국 집회·금지만 금지하겠다는 것으로 명백히 차별적인 행정명령”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 관점에서 따져 봐도 옥외집회는 상대적으로 전파 위험이 낮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정우 시민건강연구소 활동가는 “미국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M)’ 시위가 일어난 지역과 일어나지 않은 지역의 코로나19 사례를 분석했을 때 BLM 시위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연구가 있다”며 “정부는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데 몰두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왜 거리로 나오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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