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포기 정부군 탓” 책임 전가도
바이든 “철수 불가피” 변명 일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군하고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순식간’에 점령하기까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를 얼마만큼 예상했느냐의 문제는 한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제사회를 흔들어놓을 전망이다. ‘세계의 경찰’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정보망에 구멍이 뚫린 셈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ABC와 단독 인터뷰에서 ‘미군 철군이 실수 없이 더 잘 처리될 수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제 와 돌이켜봐도 혼란 없이 그렇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고 답했다. 아프간 사태의 혼란상은 인정하면서도 미군 철수는 불가피했고, 혼란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군대가 탈레반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잘못된 정보에 의한 것인지 탈레반을 과소평가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정보 보고서를 다시 보자는 합의는 없었던 것 같다”면서 “(탈레반의 점령이) 연말쯤이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라고 답했다. 아프간 함락이 예상보다 빨랐다는 점도 거듭 인정한 것이다.
이날도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지도자들이 아프간을 떠났고, 30만명에 달하는 아프간 군대가 전투를 포기한 것 등은 예상할 수 없었다는 말로 아프간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역시 브리핑에서 “나도, 누구도 11일 만에 (아프간) 정부와 군이 붕괴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급속한 세력 확장과 이에 따른 극심한 혼란을 미 당국이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밀리 의장 또한 “이건 의지와 리더십의 문제”라며 아프간 정부를 탓했다.
아프간 지도부와 군에 책임 떠넘기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미 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앞서 미군이 아프간군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군이 미군의 훈련 속도를 쫓아오지 못하고, 동기 부족 및 탈영, 이탈 등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군에 돈을 쏟아부었지만 정예화에 실패했고, 결국 허무하게 탈레반에 아프간을 내줬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휴가를 예정보다 하루 일찍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해 아프관 관련 상황을 보고받았다. 회의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팀이 총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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