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사태 해결과 관련해 국제사회 논의가 바빠지고 있다. 특히 아프간 민간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수용 문제가 국제사회와 각국의 주된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한국 역시 현지에서 재건사업을 진행한데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국내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국제사회 아프간 사태 논의 가속화…난민 수용 문제 주요 쟁점
G7(주요7개국)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24일 G7 긴급 정상 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탈레반 제재 등 아프간 문제가 주된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G7 국가들의 주된 관심사는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다. 영국 보수당 출신인 존슨 총리는 “국제사회가 (난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보장하고, 인도주의적 위기를 예방하며, 아프간인이 지난 20년간 누려온 혜택을 지켜낼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도 아프간 사태를 논의한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해법을 모색할 G20 특별정상회의 소집을 추진하고 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지난 19일 “동맹국 간 공동의 전략 수립을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이 선제적으로 아프간 난민 수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리아 난민 사태로 여전히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유럽 지역 여러 국가들은 아프간 사태가 제 2의 시리아 난민 사태를 만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한국도 아프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지난 20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주재로 열린 외교차관 화상회의에 참여해 아프가니스탄 최근 상황과 향후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한국과 미국, 인도,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노르웨이 등 25개국이 참여한 이번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출국 문제를 논의했는데, 향후 난민 수용 문제도 주된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아프간 난민 수용 논의 시작될 듯
한국 역시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2018년 예맨 난민 수용 문제로 우리 사회가 갈등을 겪은 것을 고려할 때 난민 수용과 관련한 논란이 재발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앞서 여야 의원 75명이 한국과 협력한 현지 아프간인의 보호 대책을 마련하자는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보다 본격적인 난민 수용 문제에는 조심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을 일부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하면서 바로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22일 기자들을 만나 “수송상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 인접 국가로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보도 내용이) 전혀 논의된 바 없고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다만 “우리 정부가 맡아서 했던 아프간 현지의 병원·학교 건설 프로젝트에 협력한 아프간인이 약 400명”이라며 “그분들을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일시적 수용을 전제로 “한미 동맹의 틀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청이 있다면 미군기지 내 일시적 수용은 가능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장혜영 의원이 페이스북에 난민 일부라도 받아들이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는 등 난민 수용에 대해 가장 전향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은 아직 아프간인 수용에 대해 미 국방부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만약 지시가 내려오면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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