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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남은 것 먹으라 강요…몸에 소변도 봐” 양궁부 가해자, 동기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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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7 09:40:16 수정 : 2021-08-27 09: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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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 한 중학교 양궁부 3학년 주장이 쏜 연습용 화살에 맞은 후배 선수의 옷(왼쪽)과 등 쪽에 난 상처. KBS

 

살상 무기가 될 수 있는 양궁으로 중학교 1학년 후배에 쏜 3학년 A군이 초등학교 선수 시절부터 심심치 않게 폭력을 행사한 정황이 밝혀졌다. 후배뿐 아니라 동기에게도 폭력과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는 증언이 나온 것.

 

27일 한국일보는 경북 예천의 한 중학교 양궁부에서 후배를 활로 쏴 다치게 한 A군에게 폭행을 당해 선수생활을 포기했다는 B군의 사연을 보도했다.

 

B군은 “A군은 후배는 물론 동기인 나에게도 폭행을 일삼았다”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B군에 따르면, 초등 3학년 때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한 A군은 5학년 때부터 3학년과 4학년 후배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자신이 먹다 남긴 치킨을 억지로 먹도록 강요하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욕하고 머리를 때리기 일쑤였다. 

 

B군은 “활은 살상 무기나 다름없어 ’사람을 조준해선 안 된다’는 교육을 매일 받지만 활로 후배들을 때리고, 활 앞부분에 달린 ‘롱 스타비라이저’라는 긴 막대기로 후배들 몸을 찔렀다”며 A군의 위험했던 행동을 전했다.

 

이번 중학교 양궁부 폭력 사건의 피해 학생인 C군도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일 때부터 A군에 괴롭힘을 당했다고.

 

보다 못한 B군이 양궁부 코치에게 A군의 폭력 행위를 알렸으나 가벼운 훈계만 내려졌다. 결국 A군의 아버지를 찾아가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A군의 아버지는 ‘알았다. 미안하다’는 말뿐, A군의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또한 A군은 전국 대회를 앞두고도 다른 선수들을 괴롭혔다. 샴푸 통에 침을 잔뜩 뱉어 놓거나 숙소에 침대가 있는데도 후배들에게 맨바닥에 자도록 했으며,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고 이불을 덮지 못하게 하는 등의 괴롭힘을 했다.

 

B군도 A군의 레이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양궁부에서 가장 성적이 뛰어났던 B군은 6학년 때 주장까지 맡았지만, A군의 계속된 괴롭힘에 양궁을 그만둬야 했다.

 

B군은 “대회 전날 숙소에서 샤워하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몸에 오줌을 눴다. 너무 놀랐고 시합 당일 정신력과 집중력이 무너져 활을 제대로 쏠 수 없었다”며 “그때는 또래보다 왜소한 편이었는데 몸이 약한 점을 노리고 (A군이) 후배들 앞에서 코를 꼬집으며 넘어뜨리기도 했다. 그 뒤로 소화불량과 불면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려 더는 양궁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군의 괴롭힘에 양궁을 그만두고 3년이 지났는데도 우울증과 분노조절 장애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악랄했던 A군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처벌받았다면 (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양궁에 집중했을 텐데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마지막으로 B군은 A군이 후배에 활을 쏜 사건과 관련 “살인이나 다름없는 행위다. A군이 다시는 활을 잡지 못하도록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군의 아버지는 한국일보에 “아들이 초등학교 양궁부에서 활동할 때 후배들과 B군을 괴롭힌 학생이 있었는데, 아들이 그 학생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같이 괴롭힌 거로 잘못 알고 있더라”라며 “아들이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기에 B군이 나를 찾아와 아들의 괴롭힘을 토로하거나 '바로잡아 달라' 부탁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양궁 학폭 사건에 추가 피해자가 나오는 등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북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 전면 재조사에 나선 상태다. 

 

대한양궁협회도 지난 23일 홈페이지에 “학교 운동부 내 폭력사건 가해자 및 책임자에 대해서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소속 시·도(협회)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하지만, 징계 권한 유무를 떠나 협회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엄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소영 온라인 뉴스 기자 writerk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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