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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플라스틱 중 식품 포장재 상당수…“5대 식품기업 감축 점수 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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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3 06:00:00 수정 : 2021-09-02 18: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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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포장재, 일주일간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중 71.5%
그린피스, 가정 내 플라스틱 배출이 많았던 기업 5곳 선정
CJ제일제당·롯데칠성음료·오뚜기·농심, 종합점수 C…동원F&B는 F
지난달 2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10월 국내 260가구를 대상으로 일주일간 일반 가정 내 플라스틱 배출량을 조사한 적이 있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규모를 확인해서 가정 내 폐플라스틱 주요 요인은 무엇이고, 어느 기업의 제품이 플라스틱 배출이 많은지 역산해보고자 실시한 조사였다.

 

조사 결과, 일회용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늘어난 배달용기도 아니었고 과다포장이 지적돼 온 화장품 용기도 아니었다. 우리가 익숙하게 먹고 마시는 식료품을 포장하던 플라스틱이 일주일간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1만6629개 중 71.5%를 차지했다.

 

전체 제조량의 99%가 화석연료를 원료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버려진 후 지구환경에 안 좋을 뿐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정유공정을 거쳐 기후변화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린피스는 식품 제조사들의 플라스틱 포장재 남발을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해 국내 5대 식품제조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대응 실태를 분석한 ‘식품제조사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판다’라는 보고서를 지난달 31일 발간했다.

 

그린피스는 앞선 조사에서 가정 내 플라스틱 배출이 많았던 기업, 영업이익 순위 등을 참고해 상위 5곳을 꼽았다. 5개 기업에는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농심, 동원F&B가 선정됐다. 그린피스는 언론 보도와 각 기업의 답변에 근거해 감축·투명성·혁신·정책 네 가지 지표를 평가하고 점수를 매겼다.

 

그린피스 기준에 따르면 5개 기업 모두 D∼F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종합점수 기준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농심 모두 D를 받았고 동원F&B는 F를 받았다. 

 

CJ제일제당은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로드맵과 플라스틱 사용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자투리를 버리지 않고 다시 생산에 활용하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봤다.

 

롯데칠성음료는 상표띠 없는 생수를 최초로 팔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이 기업 매출의 5%에 불과해 그린피스는 감축 노력을 D로 평가했다. 그러나 자사 홈페이지에 3개년(2018∼2020년) 플라스틱 총 사용량을 공개하고 외부기관 감사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밝혀 투명성부문에서 B로 5개 기업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뚜기는 재사용 포장재 도입과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로드맵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답만 제시했다. 그린피스는 감축 노력부터 장기적인 탈플라스틱 로드맵까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 D를 줬다.

 

전 제품 포장재의 93.3%을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쓰는 농심은 종합적인 점수에선 D를 받았으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공개할 계획도, 재사용 포장재 도입 계획도 없다고 답해 투명성과 혁신 부분에서 F를 받았다.

 

동원F&B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외부감사를 받을 계획도 없다고 답했고 플라스틱 재사용·재활용은 안전성과 위생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이 기업에 종합점수 F를 줬다.

 

5개 기업 중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로드맵이 있는 곳은 없었다. 대신 산업계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대체 플라스틱에 주목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근본적 대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특정 조건에서만 완전 분해되는데, 이러한 조건은 자연환경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국내는 이런 (조건을 충족할) 설비를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다른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매립, 소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자체가 아닌 재활용 플라스틱에 초점을 둔 해결책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라는 지적도 나왔다.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올해 초부터 국내 기업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이 크게 증가했지만 국내 식품 제조사들은 플라스틱 함량 경량화나 재활용 등 불완전한 대안을 내세우고 있다”며 “플라스틱 문제에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문제를 잠시 덮으려는 그린워싱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최대한 줄이고 정부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재사용 과 리필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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