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9월 셋째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엔 총회는 ‘다자 외교의 꽃’이며, 전 세계 최대의 정상급 국제회의다.
유엔은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국제사법재판소, 사무국 등 6개의 주요 기관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총회는 193개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안보리가 15개국, 경제사회이사회 54개국, 신탁통치이사회 5개국, 국제사법재판소가 15명으로 각각 꾸려지는 데 비하면 총회는 명실상부 유엔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이런 의미로 유엔 총회에 서는 일은 주요국 정상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정이며,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다만 대부분 심각한 국제 사안을 다루는 탓에 대중적인 이벤트가 되거나 많은 이가 참여·시청하는 데는 제한이 따랐었다.
지난달 20일 열린 76차 유엔 총회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 모멘트’ 행사는 생중계로 진행되었고 무려 100만명이 넘는 전 세계인이 시청해 큰 화제가 됐다. 유엔 역사로 봐도 뜻깊은 행사였던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세계적인 톱스타 방탄소년단(BTS)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행사에서 청년과 미래세대를 대표해 연설하고, 유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와 기후 대응의 중요성을 널리 알렸다. 이뿐 아니라 총회장과 가든 등을 배경으로 유엔 본부 곳곳을 누비며 대표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공개했다. 이 같은 장면을 담은 뮤직비디오는 유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지 17시간 만에 조회 수 900만건을 넘겼으며, 그 결과 유엔 총회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제회의로 만들었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퍼미션 투 댄스는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곡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종식 등을 기원하는 등 미래세대의 희망을 표현했다.
방탄소년단은 이후 “(유엔에서) 연설과 퍼포먼스를 했다는 것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희망과 진전이 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져 뜻깊고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특히 유엔 특별 연설에서 “지금 청년들은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세대고, 변화에 겁먹기보단 ‘웰컴’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나가는 세대”라고 강조했었다.
유엔 지속가능 개발그룹(Sustainable Development Group)의 의장으로, SDGs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아미나 모하메드 사무부총장은 BTS를 환영하는 글과 사진 여럿을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러면서 모하메드 사무부총장은 “BTS, 유엔에 다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며 “SDG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적었다.
UN SDGs는 현재 전 세계 모든 기업과 산업계의 최대 화두인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의 절대적인 대전제이기도 하다. ESG라는 용어를 비롯한 모든 관련 계획이 유엔의 ‘지속가능’(Sustainable)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UN SDGs 협회는 유엔이 1946년 이후 지정한 5593곳의 비정부기구(NGO) 중 기관 명칭에 ‘SDGs’가 명기된 유일한 협의 지위 기구로서, 모하메드 사무부총장을 직접 만나 SDGs에 대한 기업과 민간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모하메드 사무부총장은 다음과 같이 화답했다.
“저는 UN SDGs 협회 대표님의 리더십과 더불어 UN SDGs 협회가 한국에서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2030 아젠다’의 이행을 추진하고 이를 위하여 국회, 기업과 함께 새로운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칭찬하고 싶습니다. 유엔은 모두를 위한 빈곤 퇴치, 평화 강화, 회복력 구축, 그리고 삶의 존엄성을 목표로 한 2030 아젠다와 SDGs를 이행하는데 각계의 주요 구성원이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헌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표님이 유엔 고위급 정치회담과 SDGs 및 2030 아젠다와 관련된 국가 간 기구에서 그 이행을 위하여 모든 가치 있는 경험과 지식을 지속적으로 많은 곳에 공유하여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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