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항의 기상 악화로 항공편이 지연 혹은 결항됐습니다. 이후 항공편 운항 상황은 방송을 통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공항을 이용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보거나 들었을 안내 문구이다. 항공기 운항은 갑자기 발생한 급변풍(풍속과 풍향이 급하게 변하는 난기류)이나 강풍, 집중호우, 태풍, 폭설, 우박 등 다양한 ‘위험 기상’ 현상으로 차질을 빚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비행 중이나 이착륙 과정에서 위험 기상을 만나게 되면 아찔한 항공사고의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여행이나 출장 등을 위해 공항을 찾는 이용객은 무엇보다 항공기 운항과 관련해 정확한 기상정보를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기상 악화로 생긴 비구름을 항공기가 통과할 경우, 뇌우와 우박을 맞을 위험도가 높아진다. 우박은 항공기 일부를 손상시킬 수 있고, 뇌우에 동반된 번개가 엔진에 떨어진다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17년에 제주공항에서 청주공항으로 향하던 항공기가 청주공항 근처에서 우박을 동반한 뇌우를 만나 조종석 유리창 및 레이돔(레이더·안테나 등을 보호하기 위한 덮개)이 파손되기도 했다.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2019년 일본 시즈오카에서 인천공항으로 비행하던 항공기도 우박을 맞아 조종석 전방 유리창이 파손되는 아찔한 사고가 났다.
또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급변풍이 불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 올해 국내에서도 어린이날을 맞아 제주를 찾은 여행객들이 제주공항에 발생한 급변풍 경보와 강풍 경보로 발이 묶여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해마다 여름철에 태풍과 집중호우로, 겨울철에 폭설과 한파로 항공편이 결항하거나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태풍과 집중호우가 잦았던 지난해 여름, 그 영향권에 있던 모든 공항의 항공편이 대거 결항하는 사태가 벌어진 게 대표적이다. 올 초에도 수도권과 제주도에 폭설이 내려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의 하늘길이 막힌 바 있다.
기상청은 항공기 운항을 방해하는 위험 기상으로부터 국민의 안전 여행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항공 운항에 특화된 ‘레이더 기반 항공기상서비스’를 시작했다. 항공업계 종사자와 다양한 목적으로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위험 기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차원에서다. 이 서비스는 인천·김포·제주·무안·울산 등 우리나라 모든 공항의 활주로와 항공로, 공역에 대해 레이더 자료를 기반으로 항공기상 정보(강수, 바람, 낙뢰, 우박, 눈비 영역, 강수예측, 낙뢰 예측 등)를 제공한다. 항공기 운항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호우, 강풍, 우박 등 위험 기상을 파악하여 공항공사, 항공사 등의 항공운항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다. 국민의 안전한 항공여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항공업무 종사자와 일반 국민 누구든 여행계획을 세우거나 항공서비스를 이용할 때 미리 항공 날씨 확인 등 기상청에서 제공하고 있는 항공기상정보를 활용하여 위험 기상에도 잘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항공기상정보는 ‘항공운항 지원기상서비스’ 누리집과 ‘항공기상청’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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