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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장사 다 망쳤다” KT 먹통에 자영업자들 ‘부글부글’… 손실보상 어떻게 될까

입력 : 2021-10-25 17:11:51 수정 : 2021-10-25 17: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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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20분부터 약 40분 먹통… 자영업자들 “하필 점심 때”
카드 결제 안 돼 손님 돌려보내고 배달 앱 주문도 자동취소 처리
KT 손실 보상 기준 ‘3시간 이상 서비스 못 받을 경우’ 규정
전국 단위 피해에도 보상 안 될라… 자영업자들 ‘걱정’
25일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카드결제 등이 먹통이 돼 이날 낮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카페를 찾은 손님이 현금으로 계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점심시간 끝나자마자 정상화됐는데 이미 손님은 다 놓쳤어요. 회사 법인카드나 제로페이 등을 쓰려는 손님들이 많아 네트워크 장애로 카드 결제가 안 된다 하니 다들 돌아나가더라고요.”

 

서울에서 한식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3)씨는 KT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25일 점심 장사를 망쳤다. 네트워크 문제로 기기가 작동하지 않아 카드 결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안내하자 대부분의 손님이 식사를 하지 않고 그냥 돌아나간 탓이다. 현금으로 결제하겠다며 식사를 하고 간 손님은 단 한팀뿐이었다. 배달주문도 막혔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되니 배달주문을 받을 수 없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들어온 주문은 줄줄이 자동 취소처리 됐다.

 

박씨는 “사무실 밀집 지역이라 점심 장사가 거의 전부인 가게인데 하필 점심시간에 카드 결제가 안 돼서 오늘은 매출이 없는 수준”이라며 “평소 매출의 10분의 1도 안 되는데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지, 얼마나 보상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하필 점심시간에”… 배달주문 못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외상도

 

KT 측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부터 11시57분쯤까지 약 37분간 발생한 전국적인 유·무선 인터넷망 ‘먹통’ 사태와 관련해“‘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부와 함께 더 구체적으로 사안을 조사하고 파악하는 대로 추가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성남시 KT 분당 본사에 사이버테러팀을 파견해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 

 

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한 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입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날 네트워크 장애가 점심 시간대에 발생한 탓에 특히 식음료 업계 자영업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매출 피해가 심각하다는 글이 넘쳐났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도시락집을 운영하는데 오전 11시에 오픈한 후 12시40분쯤부터 인터넷이 복구됐지만 오후 2시 반인 지금까지 주문이 0건이다”, “피크타임인데 가게 문 앞에 ‘인터넷 문제로 인해 영업 중지한다’고 내붙이고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어쩔 수 없이 외상을 받고 손님들을 보냈다는 이들도 속출했다. 수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이미 식사를 마쳤는데 현금도 없고 본인 휴대폰도 KT라서 먹통이라 계좌 이체도 안 된다는 손님들을 하는 수 없이 명함만 받아두고 보냈다”며 “제대로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 불안하지만 그 상황에선 뾰족한 수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외상을 받아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스터디 카페 등 키오스크와 네트워크 시스템을 활용해 영업장 전반을 통제하는 업종도 큰 불편을 겪었다.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키오스크가 먹통이 되니 이용객들이 입실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인터넷이 안돼 관리자 앱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작동을 안 하니 문도 마음대로 열 수 없어 항의를 많이 받았다”며 “스터디 카페 특성상 인터넷 강의를 듣는 손님들도 많은데 강의를 못 듣고 있다는 불만도 많았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3년 전 유사 사고, 자영업자에 70억 보상… 배상 어떻게 될까

 

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2018년 11월24일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로 서울 강북 일대와 수도권 북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해 자영업자들이 영업손실을 입었다. 당시 사고 후 KT 측은 개인과 소상공인 고객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진행했다. 개인가입자들에게는 1개월 요금을 감면해줬고 소상공인 1만2000여명에게는 피해 기간에 따라 총 70억원 정도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번 사태의 경우 네트워크 장애가 전국 단위로 발생해 3년 전 사태보다 피해 범위가 훨씬 넓은 만큼 피해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주식시장 거래 정지, 기업 업무마비 등 여러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한 만큼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장애가 이어진 시간이 짧아 실제 보상이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네트워크 장애 보상은 각 사업자의 자체 약관에 따라 이뤄지는데 KT 측 약관이 규정하고 있는 손해배상 기준인 3시간에 못 미치는 약 40분 만에 네트워크 장애가 복구됐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KT의 통신상품 이용약관에 따르면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낮 12시가 넘은 시간까지 네트워크 장애가 지속됐다는 지역도 일부 있었지만 이 경우에도 손실 보상 기준인 3시간을 넘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 충분한 배상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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