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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살여성’ 6차례나 SOS… 극심한 공포 속에 살아가다가 참변

입력 : 2021-11-22 19:40:15 수정 : 2021-11-22 21: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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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시스템 허점 비판

“前남친, 집·회사 찾아와” 신고에도
강제조치 못해 경고장 등 발부만
法 접근금지 처분도 처벌 경고뿐
결국 조치 열흘 만에 범행 저질러

“피해자 보호 더 세밀하게 했어야”
임시숙소 등 예산 보강 지적도
경찰, 살인 혐의로 피의자 구속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데이트폭력 살인사건 용의자' A씨가 도주 하루만인 지난 20일 대구에서 체포돼 서울 중구 서울중부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최근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중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지난해 말부터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신변 위협을 호소하며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스토킹 범죄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에 피해 여성은 오랫동안 극심한 공포 속에 살아가다가 참변을 당한 셈이다.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의 유치장·구치소 유치와 같은 강제 조치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예산을 시급히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35)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저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가 최초로 신변 위협을 호소하며 경찰에 신고한 건 지난해 12월24일이었다. B씨가 본인이 집을 비운 사이 A씨가 몰래 들어와 본인 짐을 가져갔다고 신고한 내용이 부산 사상경찰서에 접수됐다.

 

이후 반년 정도 지나 올해 6월20일 서울에서 B씨가 “A씨가 짐을 가져가겠다면서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A씨를 인근 지하철역까지 격리하고 경고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달 초부터 잇따라 경찰 보호를 요청했다. 지난 7일 B씨가 “A씨와 같이 있는데 힘들다”는 내용으로 신고한 데 이어 다음날에도 “집에 짐을 가지러 가야 하는데 불안하다”고 인근 파출소를 직접 방문해 경찰관 동행을 요청했다. 9일에는 “A씨가 회사 앞에 왔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B씨가 퇴근할 때 동행했다.

 

경찰은 두 번째 신고가 있었던 7일부터 B씨의 신변을 보호했으나 A씨를 입건하지는 않았다. 서울청 관계자는 “A씨가 임의동행을 거부해 강제할 수단이 없었다”며 “피해자 보호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7∼18일 경찰은 B씨와 신변보호를 확인하는 통화를 계속했다. 9일 오후 2시50분쯤에는 경찰 요청으로 법원이 A씨에 대해 피해자 주거지 100m 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처분도 내렸다. 같은 날 A씨가 피해여성의 직장을 방문했지만 법원 처분이 나오기 전이라 처벌이 불가했다.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보듯,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가 대부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접근금지 등 처분이 실제 스토킹행위자의 행위를 강제할 수 없는 것이어서 범죄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행위자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잠정조치는 △서면경고 △주거지 등 100m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근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4가지다. 하지만 A씨는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되지 않았다. 경찰은 스토킹 가해 이력이 빈번한 경우 이 조치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앞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이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스토킹 징후가 있는 가해자에 대해 유치장 유치 같은 적극적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피해자 보호 조치가 세밀하게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은 사건 관할인 중부서장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스토킹범죄 대응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신변보호 대상자를 위한 임시숙소와 관련된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 여성 B씨는 신변보호 조치가 시작된 이후 중부서 관할 임시숙소에서 이틀간 지낸 뒤 상당 기간 회사 동료 집을 옮겨다니며 생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신변보호 대상자는 보통 임시숙소 거주를 하루나 이틀 정도만 이용한다”며 “배정된 예산이 충분치 못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달 21일부터 전날까지 스토킹 피해 신고는 총 3314건 접수돼 하루 평균 약 104건꼴이었다. 반면 경찰청의 피해자 임시숙소 예산은 올해 5억9500만원에 불과하다.


김승환·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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