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 강화도에 쌓은 성곽인 ‘강화중성’에서 19m 길이의 치성(雉城) 추정 시설물이 발견됐다. 치성은 성벽 바깥쪽에 돌출시켜 조성한 방어 시설이다. 강화도 고려 유적에서 완전한 형태의 대규모 치성이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강화중성 남성벽 구간인 대문고개 서쪽 능선부의 선원면 냉정리 산8번지 일원 약 1400㎡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길이 19m, 너비 4.5∼4.7m, 높이 1.3∼2.6m인 치성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고려시대 성곽 치성 중 가장 크다”며 “전반적으로 좁고 긴 모습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성은 일반적인 성벽 축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돌을 쌓아 기단을 조성한 뒤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 기둥을 세우고, 나무 판재를 엮어 만든 틀 안에 성질이 다른 흙을 여러 겹 다져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에서는 많은 기와와 문을 고정하는 돌인 문확석(門確石), 건물 기둥을 받치는 돌인 초석(礎石)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치성과 이어진 성벽은 능선 정상부를 따라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휘어지는 형태로 세워졌다. 너비는 치성과 동일한 4.5∼4.7m이다. 남은 높이는 안쪽이 1.4∼2.1m, 바깥쪽이 2.5∼3.3m이다.
성벽 안쪽에는 돌로 쌓은 기단의 보강 시설과 통행로가 성벽과 평행하게 설치됐다. 성벽과 치성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인 계단 형태 등성시설(登城施設)도 모습을 드러냈다. 등성시설은 너비 2.4m, 길이 1.2m이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성에 망루 같은 건물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강화도성 성곽 구조와 운영 방식을 유추할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