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관련된 의원들 둘뿐인데
무차별 사찰… 무소불위 정치공수처”
민주당, 적법 절차 강조 김진욱 보호
윤석열 판사사찰 의혹 수사도 재촉구
金 “전화번호로는 누군지 몰라 조회”
국민의힘은 30일 야권 인사와 기자들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정보조회를 “불법사찰이자 직권남용”으로 규정하며 공수처를 규탄했다. 야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공수처법을 탄생시킨 점을 문제 삼는 등 이 사안을 지속적으로 정치쟁점화할 뜻을 내비쳤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야권의 공세 속에서도 “과도한 조치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민주당은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통신조회였음을 강조하는 한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판사 사찰 의혹 수사를 공수처에 재촉했다.
◆野 “독재 치하에서도 없던 일”
야당은 “독재 치하에서도 없던 일”, “언론인 등 민간인 사찰”이라고 공수처를 강력 규탄하며 김 처장 사퇴를 촉구했다. 김 처장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관련 사안을 해명하려다 “왜 남의 의총에 와서 회의를 방해하나”, “여기가 어디라고 왔나” 등 의원들의 쏟아지는 비난 속에 제대로 발언도 하지 못하고 자리를 피했다.
법사위는 공수처를 질타하는 야당 의원들의 성토장이 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현역 의원은 김웅 의원과 정점식 의원 둘뿐인데, 공수처가 야당 정치인들을 무차별 사찰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수진 의원은 “공수처가 야당, 언론, 민간인까지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무분별한 사찰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 대선 후보와 가족, 야당 의원 거의 전원에 이르는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수집한 사건”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70, 80년대 독재정권에서도 야당 의원과 후보에 대해 무차별 불법사찰을 자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정치검찰이 아니고 정치공수처”라며 “무소불위 검찰을 제어하겠다고 공수처를 만들었는데, 공수처가 또 무소불위 수사기관이 된 것”이라고 했다.
◆與 “공수처, 위축되지 말라”
민주당은 공수처의 통신조회는 적법 절차에 따른 일이었음을 강조하며 김 처장을 적극 보호했다.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사찰이란 용어가 맞느냐”며 김 처장에게 충분한 해명 기회를 줬다. 김 처장은 “사찰은 아니다”라며 “전화번호만 갖고 누군지 몰라 조회한 게 사찰이 될 수 있나”라고 항변했다. 김 처장은 “(조회했더니) 기자들도 나온 것이다. 어느 기자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위축되지 말고 수사 제대로 하셔야 한다”고 김 처장에게 힘을 보태면서 “윤 후보는 왜 한 번도 소환을 안 하느냐”고 물었다. 또 윤 후보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전 대검찰청 대변인)이 잦은 빈도로 문자와 통화를 나눈 사실을 거론하며 이들에 대한 수사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처장은 수사 중인 사안임을 내세워 말을 아꼈다.
고검장 출신 소병철 의원은 “통신비밀은 헌법상 지켜야 할 기본권이 맞다”면서도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도 있다”고 했다. 소 의원은 “사찰이라는 용어가 계속 나오는데, 우리나라 현행법상 사찰이란 용어를 규정하는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사찰 피해자는 국민께 물어보면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이럴 때가 피해자였던 걸 기억하느냐”고도 했다.
소 의원은 “윤 후보의 징계처분소송에서 행정법원 판시가 어떠했나”라며 “(윤석열 검찰이) 재판부가 어떤 성향인지 분석한 문건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서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작성됐다”며 “재판부 판사에게 영향을 미칠 정보도 다수 포함돼 있어 위험성이 있는 중대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처장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원칙적으로 말씀을 못 드리는데, 국민적 관심이 됐다”며 논란이 된 통신조회가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위한 것임을 인정했다. 그는‘제보사주’ 의혹 수사를 위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및 주변 인물들에 대한 통신조회도 했느냐는 야당 질의에 “했다”라며 “구체적인 숫자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