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지율 상승세 흐름 굳히기 의도
“민주당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더 잘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을 ‘읍소’로 마무리한다. 민주당은 이러한 현수막을 전국에 걸쳐 달았다. ‘정권재창출’보다 ‘정권교체’ 요구가 더 높은 만큼 이를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 탈당자 대사면, 열린민주당과 통합 등 범여권 총결집이 궤도에 오른 만큼, 이제는 중도층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중앙당은 지난 22일 253개 지역위원회에 ‘많이 부족했다’는 현수막 시안을 보냈다. 새로운 현수막은 크리스마스 이브(24일)를 전후로 전국에 공개됐다. 현수막은 지역구마다 적게는 7곳, 많게는 10곳 정도 게시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에 걸쳐 ‘민주당이 많이 부족했습니다’라는 반성문이 전달된 셈이다. 김영진 사무총장은 30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민주당이 잘못한 점을 스스로 부인한 것 등을 사과하고, 더 고개를 숙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읍소’는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등장한 선거운동 방식이다. 수세에 몰릴 때, 마지막으로 택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 민주당 ‘읍소’는 계획적이다. 범여권 결집이 일정 궤도에 오른 이후 시작된 메시지의 변화라서다. 곧 중도층을 향한 손짓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읍소는 ‘비호감’을 상쇄시키는 전략”이라며 “비호감은 중도층의 주요한 판단기준”라고 말했다.
최근 상승세 흐름을 굳히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번 대선 민심 흐름의 변곡점으로 연말연시·설·새 학기를 꼽았다. 첫 변곡점을 앞두고 메시지 조정에 나섰다는 의미다. 그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연말연시에는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고, 설에는 가족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새 학기에는 날씨가 풀리면서 비교적 온화해지는 경향이 있다. 각각의 시점에 맞춰 메시지를 변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읍소로 재미를 본 만큼, 당 차원으로 적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국민의 아픈 마음을 더 예민하고 신속하게 책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라고 하며 큰절을 했다. 이후에도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과 ‘조국 사태’ 등에 대해 사과를 이어갔다. 최근에 불거진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 대구에서의 전두환씨 옹호 발언 등에 대해 즉각적인 사과로 조기에 논란을 진화했다.
이 후보 지지율은 상승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이 후보는 39%를 차지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는 28%로 조사됐다. 지난주(23일) 대비 이 후보는 4%포인트 상승했지만, 윤 후보는 1%포인트 하락했다. 대선 당선 전망도 이 후보 46%, 윤 후보 30%로 나타났다. 대선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국정 안정론’이 ‘정권 심판론’에 앞서기 시작했다. 국정 안정론은 전주 대비 3%포인트 오른 45%, 정권 심판론은 2% 포인트 내린 40%로 조사됐다.
민주당 중앙당은 새해 게시물 시안도 곧 전달할 계획이다. 새로운 슬로건,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에 맞춰 제작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경제와 청년,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 등이 담긴 현수막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