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31일 이 대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한다.
이 대표는 전날 윤 후보의 태도 변화와 선대위 해체를 요구했고, 윤 후보는 “악의적인 공세”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30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60·70대에 10·20대를 더한 세대포위론, 세대결합론을 이끌어왔더니 이게 무슨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지금 선대위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분들에게 ‘10~30대는 잡아놓은 고기’라는 인식을 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이후로 제가 당 대표하면서 11월까지는 어떤 여론조사를 봐도 저희가 50% 이상의 득표를 했다”면서 “오늘 조사를 보니 그분들이 얼마나 오판했는지 몰라도 이제는 60대 빼놓고는 거꾸로 다 포위당했다. 제가 그거 보고 있으면 황당하지 않겠냐”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후보 교체론’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후보 교체를 하려면 최고위원회에서 제가 당대표로 회의를 주재해서 의결해야 하는데, 저는 그럴 의사가 절대 없다”면서 “그렇게 해서 후보를 교체한다 해도 그 선거는 진(패배한) 선거다. 최대한 우리 후보가 길을 잡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현재 선대위를 ‘매머드’에 비유해온 그는 “선대위 정리를 어떻게 하나. 사람을 모셔놓고 해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그러니까 ‘해체’하라는 것”이라고 강력히 선대위 해체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매머드는 틀렸고, 이거 타고 다니면 큰일 난다. 이제 말을 새로 뽑아오든지 아니면 개 썰매를 끌고 오든지 다른 걸 타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을 두고 “그분들은 매머드랑 같이 쉬고 있으면 된다”라며 사실상 사퇴 압박을 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분들) 사실 정리하자는 이야기 아니냐’고 묻자, 이 대표는 “그러니까 전체 해체를 해야 그분들도 기분이 안 나쁘다”라고 답했다.
그는 선대위 복귀설에 대해선 “저는 문을 두드린 적이 없기 때문에 문을 열어도 제가 밖에 없을 것”이라고 거듭 부인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를 이회창 전 총재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선대위가) 이 상태로 가면 이회창 총재가 2002년 대선에서 졌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 될까 걱정”이라고도 했다. 그는 “당시엔 ‘이 총재에 비해 스펙이 떨어지는 후보(노무현)가 상대가 되겠느냐’고 했지만 그게 독이 됐다. 지금도 똑같다”고 했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선대위가 ‘이준석대책위원회’처럼 되고 있다”라면서 “이렇게 굴러가는 게 당을 책임지는 당대표 입장에서 상당히 민망하고 또 국민과 당원께 죄송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이준석 대책보다는 선거 대책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라고 의미심장하게 적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 측 선대위 해체, 쇄신 요구에 관해 “선거를 두 달 남기고 쇄신하라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라는 악의적인 공세라고 본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윤 후보는 ‘선대위 쇄신 계획이 있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우리 국민의힘 선대위가 크지 않다”라고 이 대표의 ‘매머드’란 표현을 부정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조직과 직능 규모가 크고, 다양한 국민 바람을 정책으로 반영하기 위한 정책본부가 클 뿐”이라며 “캠페인의 핵심이 되는 일을 수행하는 조직은 규모가 작다. 개편이나 그런 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후보는 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라며 “선대위는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계속 변화와 보완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은 이날 대구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 후보가 다음 대통령이 됐을때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 하는 것에 전략을 맞추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지금까지 이러쿵 저러쿵 지금까지 얘기를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본 뜻이 뭔지를 아직 모르겠다”라며 현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31일 오찬 회동에서 이 대표의 선대위 복귀를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표가 선대위 복귀 선결 조건으로 ‘이준석 쇄신 말고 매머드 선대위를 쇄신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상황에서 내홍 수습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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