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탈모약 건강보험 급여화 여론전에 착수했다. 특히 탈모가 ‘사회적 질병’이라는데 사회적 합의가 일정 부분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난치병 치료제 급여화가 더 급하다는 반론에는 “탈모약 건보 적용을 한다고 난치병 치료제 급여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5일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가 주최한 ‘청년 탈모인과의 간담회’에서 “탈모보다 더 급한 희귀난치병의 보험 적용을 더 조속히,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가는 것”이라며 “탈모를 한다고 신경을 덜 쓴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경구용 치료제에 건보를 적용할 시, 정부 부담이 매년 약 770억원가량이라고 추산했다. 한 해 예산이 600조가 넘어가는데, 이 정도는 사회가 함께 포용할 수 있고 정부가 부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질병이 원인인 탈모는 건보가 적용되지만 호르몬, 유전 영향 탈모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각지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탈모는 스트레스와 마음의 고통, 소외감을 유발하고, 사회적 관계와 대인관계, 취업과 연애 등에 영향을 준다”며 “탈모 환자가 23만명가량 되는데 그중 2030 세대가 10만명가량이다.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사회적 질병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의원은 스케일링과 65세 이상 임플란트 건보 적용 사례를 들며 탈모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과거 스케일링과 어르신 임플란트는 미용 목적이고 고급 의료행위로 여겨졌지만 나중에는 건강을 해쳐 사회적 비용이 건보 적용보다 더 커진다는 합의가 있었다”라며 “탈모도 건보를 적용한다면 사회적 편익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탈모를 겪는 청년들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두 아이 어머니라고 정다은씨는 출산 후 탈모에 관해 설명했다. 정 씨는 “첫 아이 낳고 백일이 됐을 때 머리가 많이 빠졌다. 당시 별명이 황비홍이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경선 서울시 의원은 “탈모 치료를 받다 생리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탈모가 무슨 질환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지만 당사자로서는 끊임없는 고통과 내면적 자존감의 하락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종찬 씨는 탈모에 시달리다 검증이 되지 않은 외산 치료제의 사용 경험을 소개했다. 32살 청년 김준엽씨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탈모가 진행됐고 치료과정에서 2000만원가량을 썼다고 말했다. 김씨는 “10대 때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특히 힘들었다”라며 “돈이 많은 치료인 만큼 청소년만이라도 지원을 해주는 것이 좋겠다”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여한 박주민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뒤 가장 놀란 점이, 매우 많은 동료 의원들이 가발을 쓰거나 모발 이식을 했다는 것”이라며 “청년들 입장에서는 탈모 치료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탈모 때문에 젊은 시절 굉장히 힘들어했다. 고시 공부를 할 때는 아예 머리를 밀고 다녔다”라며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 “탈모약 연구개발비를 지원, 카피약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라는 취지로 반론을 펼쳤다. 이와 관련 김원이 의원은 “아주 좋은 제안이다. 공감하고 함께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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