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내홍을 넘기자마자 '단일화' 난제를 마주했다.
야권 표심이 제1야당과 제3지대로 분산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수 코스로 떠올랐지만, 판세는 안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흐르고 있어 고심이 깊어졌다.
8일 뉴스1에 따르면 정치권은 6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윤석열 후보가 직면할 주요 변곡점으로 '야권 단일화'와 '박근혜 메시지'를 꼽고 있다. 두 변수가 미치는 파장에 따라 막바지 대선정국이 180도 다른 형국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첫 관문은 지지율이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이후 지지율이 추세적 하락을 거듭하는 반면, 안 후보는 지지율이 파죽지세를 타고 있다. 설 민심이 모이는 1월 말까지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하면 패색이 짙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설문한 결과 이재명 36%, 윤석열 26%, 안철수 15%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지지율이 20% 중반대로 주저앉았지만, 안 후보는 지지율이 10%포인트(p) 치솟으면서 '두 자릿수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목할 대목은 윤 후보의 이탈 표심을 안 후보가 흡수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14~16일 갤럽 조사와 비교하면 윤 후보는 보수층(66%→49%)에서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고, 안 후보는 보수층(4%→17%)과 중도층(7%→22%)에서 약진했다. 20대 지지율도 안 후보는 9%에서 23%로 급증했지만, 윤 후보는 19%에서 10%로 쪼그라들었다.
안 후보가 윤 후보의 지지율을 '잠식'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안철수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후보에 대한 여론이 상당이 안 좋고, 아직 호전될 기미가 없다"며 "역선택 방지조항 없이는 윤 후보의 승리가 어려운데 (전 국민 투표인) 대선이기 때문에 이조차 불가능하다" 말했다.
야권은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갈등 봉합' 효과가 반영되는 다음 주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030세대에 소구력을 가진 이 대표가 재합류한 만큼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반대로 한 번 떠난 2030세대 표심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후보를 떠났던 2030세대와 중도층이 국민의힘이 내홍을 수습했다고 해서 되돌아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전통적인 지지층인 보수층 지지율까지 흔들리는 것은 심각한 위기"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다음 주까지 안 후보가 상승세를 계속하고 윤 후보는 하락하는 형국이 반복되면 (윤 후보가)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도 판세를 흔들 변수다. 박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병원에서 퇴원하실 때 직접 육성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올해 2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이 내놓는 첫 메시지에 따라 대선 판도가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야권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 '박근혜 메시지'가 나온다면 그 영향력과 의미에 따라 단일화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면 순식간에 윤 후보의 지지율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보수층과 보수중도 표심이 재결집하면서 윤 후보가 지지율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제1야당에 부정적인 의중을 내비치면 상황은 반전된다. 일부 강성보수층을 중심으로 '탄핵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 윤 후보의 지지층 분산이 더 가속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2030세대 표심 공략'은 여전히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야권 단일화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비슷한 시기에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며 "보수층 지지율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엄 소장은 "2030세대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휘둘리지 않고 다른 가치에서 윤 후보의 지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청년층이 윤 후보에게 실망해 등을 돌린 이유는 윤 후보 자체에 있기 때문에 본인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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