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판의 마지막 변곡점인 설 명절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로 돌아왔다. 4박5일간 경기도 일정을 소화한다는 계획인데 타지역과 달리 이번에는 도내 31개 시·군을 모두 방문하는 강행군에 나선다.
이 후보가 경기도 표심에 공을 들이는 건 이곳이 '경기도지사 이재명'을 경험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정책 효능감이 높은 1300만 경기도민의 여론을 환기시켜 30%대 박스권에서 벗어나 설 연휴 전후로 판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24일 뉴스1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23일)부터 4박5일간 경기도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시작했다. 오는 27일까지 31개 시·군을 한 곳도 빠짐없이 방문한다.
경기도 구석구석을 훑는 매타버스 일정에는 이 후보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당 선대위도 경기도가 설 연휴 전 이 후보의 지지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고 판단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후보가 인천과 강원도를 방문한 뒤 매타버스 일정을 조금 더 늘리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며 "명절 전 전략적으로 후보의 동력을 가장 많이 끌어당길 수 있는 곳이 어디냐. 본인의 정치적 고향이지 않겠냐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 매타버스 첫날 시간을 쪼개 수원·오산·평택·안성·의왕시를 연달아 방문했다. 방문하는 지역에서마다 시민들 앞에서 즉흥 연설을 펼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금 선거가 박빙이다. 원래 민주 정권이 대선에서 이길 때는 많아야 3%포인트(p). 이번에는 5만표, 3만표로 결판날 것 같다"며 "오늘부터 여러분 한 명이라도 동의할 사람을 늘리고 가짜뉴스를 해명해주고 좋은 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수도권에서도 유독 경기도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곳이 득표율을 끌어올리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경기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0%로 경쟁 후보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26%)보다 14%포인트(p) 높았다. 반면 서울에서는 윤 후보가 35%로 이 후보(30%)를 앞섰다.
같은 수도권에서도 서울과 경기도 사이에서 여론이 정반대로 형성된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설 연휴 전 이 후보에 대한 경기도의 긍정적 여론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 후보의 정책 행보를 가장 잘 이해하는 곳이 경기도라는 것이다.
서울 지역은 부동산과 방역 정책에 대한 부정 여론이 커 표심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경기도는 정책적인 효능감이 높은 곳이다. 이재명 도지사를 경험한 곳이자 이 후보에게는 정치적 고향"이라며 "(이 후보의 방문으로) '이재명이 일 잘했어'라고 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고 정책 효능감도 부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서울은 부동산도 코로나도 제일 답답한 지역이다. 현안에 민감해 어려운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가 경기도 매타버스 첫 일정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한 이유다. 이 후보는 전날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인 206만호에 105만호를 더해 총 311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추가 공급물량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과 인천·경기에만 각각 48만호, 28만호를 추가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또 이 후보는 '우리 동네 공약'이라는 주제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을 경기도에서 시작했다. 전날 방문한 5개 시의 맞춤형 공약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이것 또한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공약이행률을 환기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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